▲ 11월28일 중앙총부 법은관에서 열린 이언오 박사의 특강을 이성택 교정원장을 비롯해 총부직원들과 인근기관 교무들이 경청하고 있다.
▲ 이언오 박사 / 삼성경제연구소 / 정책개발실장
■ 트렌드는?

트렌드(trend)는 추세나 경향이라는 말이다. 개개의 단편적인 현상이 어떻든 전체로서의 대세가 어떤 방향을 가리킬 때에 쓰이는 용어이다. 원래는 경제분석상의 특수용어로 계절변동이나 경기순환 등 단기변동을 초월해서 지속되는 장기적인 경향을 의미한다.

일반용어의 경우와 다른 것은 일단 어떤 형태로든지 추세의 요인이 발견된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그래서 트렌드를 물결에 비유하며 졸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시작되었다가도, 어느 순간 ‘돈이 보인다!’고 외치는 사람에 비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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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는 경제적 위기였지만 지금은 도덕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돌출했기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우리 사회는 그 문제를 해결했고 또 해결될 것이다.

얼마전 여행한 중국 운남성 전통 민요의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 모두 하나되어 더욱 커졌네…’

하나가 잘못되면 패거리가 되는데 열린 하나가 되면 이 세상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 원불교의 원도 그런 의미라고 본다.

현상은 인연의 세계다. 이 순간 이 자리를 있게 한 것이 인연이다. 이 세상의 무한한 가능성도 인연에서 나온다.



미래를 보는 눈

카메라 작가는 세상을 카메라의 사각 앵글로 본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세상은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보아야 한다. 그러면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은 계속 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개략적인 방향 예측은 가능하지만 세세한 부분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도가 있다면 구성원의 행동은 통일될 수 있다. 그 미래행동의 지도가 트렌드(기본적+예측가능)이다.

지판이 흔들리면 나침반과 북극성을 보고 나가야 한다. 비전과 가치관, 통찰력, 행동원칙이 그것이다. 이것이 미래를 보는 눈이다.



변화에 대한 대응

그렇다면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의 방향은 무엇일까?

현재는 국가 사회의 지도력이 취약해지고 있다. 정보화와 투명화의 속도가 정치·언론 수준을 압도하고 있다. 또 큰 사고로 실천하는 지도자와 지식인이 부족하다. 그리고 싱크탱크, 지식인사회, 시민단체, 종교계의 역할이 미흡하다.

따라서 원불교도 자율적 활동이 제한받고 간섭이 심한 국가지원 사업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큰 환경변화 앞에 전통방식 유지는 불가능해진다. 한마디로 힘이 없으면 종교와 문화가 소멸된다. 원불교도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지 않으면 소수로 고립되고 만다. 세상을 바꾸려면 세상의 물결을 피하지 말고 휩쓸려 함께 움직여야 한다. 내부의 적(서로 싸우는 것)과 외부의 적(최고 종교가 되자는 지향)을 벗어나 원대한 꿈을 추구하라. 그것은 진정으로 모두가 잘 사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다.



향후 10년 변화 트렌드

다가올 10년간의 변화 추세는 과학기술 발전, 자본의 강성, 군사력 증강, 자원과 환경의 지속 가능성 위협 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 종교는 물질추구를 제어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과학기술=IT가 기술을 주도하고, 산업이 융합된다. 바이오가 상업화 단계에 진입해 의료혁명이 이루어지고 환경 에너지가 고성장 할 것이다. 또 교통 물류와 도시기능이 고도화되어 지구촌이 연결되고 압축도시의 개념이 대두될 것이다.

시장=글로벌 경쟁이 격화되어 국가간 주도권이 이동된다. 그 과정에서 산업 독점화와 기업의 탈국적화가 진행된다. 따라서 내수시장이 잠식되어 내부갈등이 증폭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성장이 둔화하고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국가=미국의 슈퍼 파워는 점점 강해지며 주변국과의 마찰이나 테러 발발의 위협이 높아진다. 또 북한의 체제 변동도 예측된다.

자원=매장량 한계에 따른 자연 자원의 고갈로 자원이 무기화 된다. 그리고 계속된 소비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 임계점을 돌파했다.



종교의 변화와 과제

이같은 상황속에 수명연장으로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물질만능, 복잡성, 스피드로 불안, 소외, 무력, 의미상실의 스트레스로 사람들은 더욱 종교성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종교는 충돌과 경쟁을 벗어나 열린 종교 지향, 동양종교의 부상, 출가중심에서 재가 중심, 현세 중심, 거대공간 집회에서 소모임 네트워크로 변화하며 소수종교들의 발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종교는 세속을 담는 큰 그릇이다. 수행을 출발점으로 하여 세상 변혁과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 세속과 종교는 하나이다. 따라서 종교는 종교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경청해야 한다. 종교는 마지막 희망의 등대이기 때문이다.



변화 트렌드와 종교계 대응

더 구체적으로 본다면 ‘종교성을 심화’시켜가야 한다. 교리를 기본 틀로 한 깊은 수행으로 에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조직에 있어서는 강한 중심부와 느슨한 주변부의 형태로 자기 증식을 지속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창조성을 제도와 조직문화에서 구현하고, 유연한 수평조직 구조로 개방형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교단혁신과 외연확장’에 대한 말이다.

또 ‘재정 운영을 효율화’ 해야 한다. 종교성과 자본(돈)을 잘 조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집행부(성직자와 지도자)의 희생을 통해 재정을 확보해 나가고, 운영에서는 외부 회계감사나 전문가의 봉사를 통해 재정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재정 집행에서는 수행정신을 반영해야 한다. 돈은 쌓이면 부패하므로 쌓지 말고 없는 것에서 시작하라.

‘도덕성과 상생 실천’도 중요하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는 전통적 덕목을 벗어나 상화중생 하구보리의 심정으로 도덕을 실천해 가야 한다.

‘갈등해소와 신뢰증진’도 중요한 종교적 실천과제이다. 일반적 맞대응을 벗어나 관대한 맞대응으로 대하라.

종교는 ‘특화된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해야 한다. 즉 종교에 맞는 사업을 찾아 역량을 집중하고, 차별화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 해야 한다. 또 하드(건물, 유형자산)보다 소프트(인재, 이벤트)를 중시해야 한다. 그리고 집요한 사업추진으로 교단내에 성공 경험을 확산시켜야 한다.

종교는 무엇보다도 ‘가치 지향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지도자는 이 시대의 의인(義人)이므로 자기희생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고난을 경험하고 도덕적 원칙이 확고해야 한다. 이것이 노블리스 오블리제이기도 하다.



의미있는 파도를

수행 공동체는 세상을 바꾸는 동심원의 중심이다. 즉 의미있는 파도를 만들어야 한다.

종교는 인적 네트워크로 개인과 조직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또 열린 시민운동으로 화광동진, 즉 약한 것들을 연결해 강한 힘을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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