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교당 청년회

▲ 법회 중 요가로 몸을 푸는 청년회원들의 내공이 느껴진다.
4시간 짜리 법회를 본적이 있는가? 어쩌다 한번이 아니고 매주 말이다. 서울교구 안암교당 청년회가 그렇다. 70여명의 눈 맑은 청년들이, 진지하게…

설교와 법회 시간을 줄이자는 요구가 빈번하며 법회는 요식적인 의례행위가 되어 가는 듯한 현실에서 신선한 경종이다.



#1 토요일 저녁6시.

50여명의 눈 밝은 청년들이 진진한 분위기로 법회에 몰입하고 있다. 최근 청소년교화가 가라앉은 이후 그나마 청년교화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 안암교당 청년회다.

독경소리도 우렁우렁하다. 운곡 좋은 교무님의 목소리는 감상하기에도 그만이다.

확실히 교무님의 독경 운곡은 교화의 중요한 요소이다. 또 법회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114장 성가가 법당을 가득 울린다. 힘차다. 분위기가 느껴질 무렵, 3절에 들어서자 사회자가 박수를 치자며 흥을 돋구었다. 과연 분위기가 틀렸다. 대충해도 힘이 느껴지는게 청년 시절이라서인가?

성가가 끝나자 청년 지도자 한사람이 나와 요가를 지도한다. 법회시간에 웬 요가? 더구나 마루바닥도 아니고, 의자에 앉은 대법당에서… 각자의 몸을 풀고, 상대방을 안마하는 등 법정도 다진다. 법회의 근엄함, 엄숙함을 한 순간에 무장해제 한다. 이와 함께 법회 시간의 장기화 조짐이 느껴진다.

연단이 법당 중앙에 놓이더니 강연이 시작된다. 서슴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어른들처럼 빼지도 않는걸 보니 이미 많은 공부로 내공을 상당히 쌓은 듯 하다.

강연의 주제도 자연스럽다. 지난해 10월에 입교했다는 박만오 교도는 ‘원불교를 만나서’라는 편안한 주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었다.

최근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마음을 다스리는 자신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역시 공부하는 교당이고, 그것을 구성하는 청년들이다. 강연 후엔 질문도 있고, 선물과 축하공연도 뒤따른다. 공부가 축제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2 안암교당 청년회는 새해를 열며 ‘사경’이라는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른바 사경 프로젝트인데, 원기92년 헌배 프로젝트에 이은 것이다.

교당에서는 헌배로 수행 정진의 풍토를 만들기 위해 150개의 방석까지 하나씩 공양했다. 매일 저녁 자율적인 헌배는 청년들 스스로를 놀랍게 변화시켰다.

올해는 사경이다.

사경을 추진하는 청년 임원진들은 사경으로 유명한 ‘인천교당’을 찾아 그 모습을 상세히 취재를 해왔다. 빔 프로젝터의 영상물을 보던 청년들은 정성스런 사경 노트가 교당의 외벽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의지를 다졌다.

윤길준 교도의 사례발표도 이어졌다. 사경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탁자를 닦으며 사경을 정성껏 지속해온 감동적 이야기가 이어졌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어느 펜을 사용하나, 오탈자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등의 질문들이 이어졌다.

이쯤 되니 사경 프로젝트의 성공이 예감되고, 신앙과 수행이 개별화 되지 않는 안암교당 청년들의 모습이 느껴진다.

이쯤되니 벌써 법회는 2시간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 때 등장하는게 이들의 ‘지도자’인 김제원 교무다.

뒷편에 흑판을 준비해 강의하듯 설교를 진행한다.

#3 안암교당 청년들은 토요일 저녁, 남들이 놀기 좋은 황금의 시간이라고 하는 그 토요일 저녁 4시간을 온전히 공부하는데 보내고 있었다.

화요일에는 일반교도와 청년들이 함께 참여해 60여명이 화요공부방으로 더욱 깊숙한 공부를 해나간다. 역시 4시간이다.

교무 혼자서 주도하는 법회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동참해 능동적으로 꾸려가는 법회, 공부하는 법회.

법회가 법회에 그치지 않고 생활속에서 총체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청년회… 양양하지 않은가? 그 마음이 원기93년 새해 교단을 가득 채우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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