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원 교도
서울대 공과대학 핵물리학 전공
영덕교당

얼마전 서울에서 출발해 익산 중앙총부에 먼저 도착한 나는 영덕 교당 교무님과 아버지, 교도님들을 기다렸습니다.

경산 종법사님을 직접 뵙고 공부할 기회에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겨울치고는 포근한 날씨에 제 마음은 한층 가벼웠습니다. 정갈하면서도 조용한 총부의 첫 느낌에 정신이 곧추 세워졌습니다. 총부를 지나가던 교무님들은 선뜻 나에게 먼저 인사를 하셨고, 교무님들의 형형한 눈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총부의 기운을 받아서 저절로 공부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살짝 감탄을 하였습니다.

종법사님을 뵙기로 한 11시는 다 되어 가는데 영덕교당 교도님들은 보이지 않고, 관광차 2대에서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내려 줄지어 역사박물관으로 향하셨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종법사님 뵈려고 많이 오셨구나! 영덕에서는 예닐곱 분은 오실려나 생각할 찰라, 영덕 교당 교도이신 주희씨를 만났습니다. “여기 오신 분들 모두 영덕에서 오신거예요! 영덕의 노인회분들이 함께 총부 순례를 왔어요” “아니!…이럴수가…”

종법사님은 따뜻한 미소로 멀리 영덕에서 온 손님들을 맞아주셨습니다. 그리고 알기 쉽고 재미있게 법문을 해주셨습니다. “우리들 내면에는 다 부처가 있고 이 속부처를 찾아야 극락에 갑니다. 그리고 스님, 신부님, 교무님한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여러분들 관상을 봐 드릴께요.”

어르신들은 사뭇 진지하셨습니다.

“제가 보니 여러분들 모두 죽을상이네요. 물론 저도 그렇고요”

“푸핫”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어서 다음 생에 잘 오시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거라는 종법사님의 법문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긴 시간동안 영덕의 어르신들이 법문을 진지하게 들으시는 것을 보고 뒤편에 앉았던 저는 참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어르신들이 귀한 인연을 만나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신다고 느꼈습니다.

총부식당에서 식사 후 한 어르신의 “와아, 누구나 속부처님 모시고 있다 아이가. 그래이 열심히 마음공부 해야제”라고 하시는 말씀에 나는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어르신들께서도 다 알고 계시는구나. 글로 배운 나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는 적었어도 어르신들은 삶 속에서 저절로 체득하셨구나. 역시 우리들 모두는 속부처님을 모시고 있구나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10명이 채 안되는 교도가 있는 영덕교당에서 82명이라는 어마어마한 분들이 온 장관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앞에 선합니다. 누구는 이를 두고 기적이라고도 합니다. 평소 주변의 힘든 어르신들을 지극히 모시는 김경진 교무님의 정성이 모여서 이루어진 이번 일이 기적이라면 기적이겠지요. 기적이란 것은 신통한 것이 아니라 정직하고 진심어린 마음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번 총부 순례를 계기로 영덕의 교화가 꽃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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