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희 졸업생들은 이곳 성지송학 중학교를 떠나야 하는 자리에 섰습니다. 아직도 바깥세상 보다는 교실이란 작은 공간에서의 추억들이 더 익숙한 것 같습니다. 3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동안 우리들 모두는 성지송학중학교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익숙해져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저희는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학생들이었지요

중학교 입학이라는 설렘을 가지고 성지송학중학교 발을 들여놓았던 저희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고등학교 입학이라는 설렘을 가지고 이곳을 떠나게 되었네요. 우리가 가도 이곳에 남아있을 후배들에겐 그 동안 친근하게 불러줄 수 있는 선배, 가까이 다가올 수 있었던 선배, 충고를 해 줄 수 있는 선배가 되어주지 못한 게 참 아쉽습니다.

같은 시간을 함께 걸어 온 친구들. 같이 했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눈에 밟히네요. 엄마랑 떨어지기 싫다고 울던 모습들. 친구랑 싸우고 다른 친구들과 욕하던 모습들, 별명을 붙이며 놀리고, 울렸던 기억들, 하면 할 수 있다고 새벽시간을 교대로 시험공부를 했던 모습들, 이것저것 불만이 많아 학교를 떠나고 싶다고 심통 부리던 모습들. 이제 각자의 꿈을 위해 이곳을 떠날 우리들의 모습들. 3년. 그 짧지 않은 시간을 우리는 함께해 왔습니다.

3년. 인생에서 보기에는 너무나도 작은 시간이지만, 우리에겐 가장 큰 추억 일 것입니다. 언제나 조언과 충고, 장난으로 제게 많은 도움을 주셨던 선생님들. 인격과 인격의 만남을 깨우치게 해주시고, 투정만 부리던 저희들을 잘 버텨내 주셨습니다.

사랑하는 부모님. 어렸을 땐 사랑한단 말을 자주 했지만, 이젠 컸다고 내색도 안하는 저희들을 보시고도 우리 딸 이뻐라. 우리 아들 장하다. 이렇게 저희는 부모님의 사랑을 먹고 잘 자랐습니다. 어리기만 한 제가 세상에 설 수 있도록 커다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지나온 시간들을 뒤로하고 새로운 날을 맞이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 많던 추억들이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과 함께 제 안에 스며들어 오늘의 제가 있게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세상에 나가 저희의 색깔에 맞는 삶을 살겠지만, 저희 송학인 건축가가 세운 다리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저희 송학인 교사는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지 않을 것이며, 저희 송학인 정치가는 국민의 마음을 보살필 줄 알고, 저희 송학인 의사는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길 그런 송학인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모든 선생님과 부모님 그리고 후배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모두 저희들 때문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다희 / 성지송학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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