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홍 교무 / 영산선학대 교수
새 정부 출범을 위한 정부조직개편안이 혹독한 산고를 치르다가 숭례문의 화염 속에서 극적인 생명을 얻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가녀린 안도의 한숨을 쉬어본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다. 생명 탄생의 현장에 불어야할 봄바람은 오간데 없고 북풍한설만 몰아칠 태세다. 4·9 총선을 놓고 각각의 입장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새 생명을 이용(악용?)하려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에 입문하여 배우고 익힌바에 따라 분열과 적대라는 정치역사를 이번 총선에서도 이어가려는 것이다.

사분오열(四分五裂)이 어찌 정치에만 있었으랴. 남과 북, 군부세력과 민주화세력, 노조와 기업…, 우리는 오랜 세월동안 그렇게 살아왔다. 화해와 협력이라는 상생의 바람 속에 태평(?平)의 세월을 보낸 기억이 거의 없다. 6·25로 남북이 갈라진 후에도 4·19, 5·16, 광주항쟁 등 명분은 다르지만 상극의 회오리바람에 갇혀 살았다.

이제는 새 내각의 내정자들을 놓고 인사청문회를 열어 ‘검증의 칼’로 매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내정자들에게 불법, 탈법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함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정부의 내각이니만큼 진정 국민을 모시고 받들 정신의 양식을 소유하고 있는지도 가늠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검증과정이 정의롭지 않은 권력창출을 염려하는 비판정신보다는 다가올 총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온 세상이 은혜로 가득하다고 천명하신 대종사님께서도 정치를 엄부(嚴父), 법률가(法律家)를 서북풍에 비유하셨다. 상벌을 주재하는 법률가이니 만큼 매사에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양성함에 있어서는 매서운 찬바람도 필요함을 말씀하신 것이다. 온 국민이 인도정의의 공정한 법칙에 따른 삶을 향유하도록 하기위해서는 엄격함 또한 필요조건임을 밝히신 것이다.

그러나 필요하다하여 그것이 항상 정당화될 수 있다는 말씀은 아니다. 공포에 쌓인 생령, 원망에 쌓인 생령, 상극에 쌓인 생령 등과 같이 고통 받는 민초들을 감화시킴에는 훈훈한 동남풍이 제격임을 강조하신 것이다. 그런가하면 정산종사는 서북풍은 동남풍을 만나야 조화를 이룬다 하셨다. 인사청문회에서 당리당략을 목적하지 않은 서북풍은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그것이 충분조건을 갖추기 위해선 사분오열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던 국민들의 가슴앓이를 치유할 동남풍이 요구되어진다. 또한 동남풍의 감화는 한갓 설교 언설만이 아니라 마음 가운데에 깊이 새겨 심화기화(心和氣和)하며 실천궁행할 때 이루어진다고 하셨다.

새로 들어설 정부 내각의 마음 가운데 국민을 섬길 동남풍이 준비되어 있어야 태평가를 즐겼다는 순임금의 내각이 될 것이다.

학연 지연 혈연과 관계없이 국민을 위한 인선을 하였다하니 정치 교육 문화 등 그 모든 곳에 동남풍이 불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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