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훈 남산교당.부산경대학교수

교당과 바다는 같다. 어떤 고기를 잡아올 것인지는 어부의 마음에 달렸고 실력에 달려 있다.

출항하지 않으면 고기를 잡지 못한다. 미리 준비를 잘 했다가 시기가 오면 바다에 나가 많은 고기를 잡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법회도 미리 준비를 해서 참석해야 법을 받아 올 수 있다.

평소 맡은 바 자신의 일을 처리하고 미결사항이 없어야 편안한 마음으로 법회에 올 수 있다. 원한이 맺힌 마음도 법회에 방해가 된다.

게으른 마음, 편협한 마음, 이기적인 마음은 법을 받아 가는데 마장이 된다. 이런 모든 마음을 비우고 허공의 마음으로 오는 것이 빈 배를 가지고 바다에 나가는 것과 같다.

이미 배에 쓰레기를 잔뜩 싣고 바다에 나간다면 고기를 잡아도 실을 곳이 없을 것이다.

고기잡이에 전념해야 고깃길을 알 수 있고 그 흐름을 읽어 때를 맞추어 그물을 드리워 고기를 잡을 수 있다.

고기를 잡겠다는 일심이어야 거센 파도 밑의 고기를 찾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법을 전수 받겠다는 오직 일심전념만이 스승님의 법을 받을 수 있다.

자만과 불신으로는 법을 찾을 수 없고 들을 수 없다. 내가 모른다는 겸허한 자세일 때에만 법음은 들려온다.

주위의 소음에 정신이 팔려 있으면 아예 법을 찾을 생각조차 없다. 즉 잡념이 없어야 한다. 못한다는 생각, 안된다는 생각 등은 모두 버려야 한다.

생각 없이 그냥 설해지는 법에 내 몸과 마음을 맡길 뿐이다. 사량으로 생각으로 저울질해서 전수받는 법이야 자신이 만들고 설정하는 법일 것이다. 온전한 법이 아니다.

대자연의 무한한 진리는 오직 생각 없이 받을 수 있고 측량없이 받을 수 있다. 자연이 어디 사람의 생각으로 되는가? 바람이 어디 원한다고 불어오는가? 비가 생각하지 않는다고 내리지 않는가?

대종사님의 큰 법은 내 마음이 사라질 때 온전히 들어올 것이다.

오직 내가 없을 때 … 빈 배로 고기를 잡으려는 일념만으로 … 파도에 휩쓸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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