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법전 교무·철원교당
바야흐로 개구리가 놀라 깨어 나온다는 경칩이 지났다. 나뭇가지마다 봄기운이 가득하다는 남쪽의 봄소식에 자연스레 탄성이 나온다.

철원은 아직도 눈발이 간간이 보이기에 봄소식만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인생의 참 봄은 항마 이후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 2월 온 국민을 안타까움으로 몰았던 국보1호 숭례문이 전소되던 날 방화자의 내적 동기가 더욱 마음 아팠던 것은 원망스런 개인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국보라는 민족의 유물을 파괴하는 공에 대한 해악으로 결과가 나타났고, 우리가 그러한 원망병을 책임지고 있는 교화자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주를 그물망처럼 연결된 화엄적인 시각에서 볼 때 이 사건은 미국에서 일어난 여타의 총기사고나 이라크전 종교분쟁 등과 맞물려, 현상은 다르나 세상병이라는 현대 인류사회의 병폐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숭례문 전소 이후 많은 보도와 기사들이 한결같은 자성의 목소리로 우리 모두의 잘못임을 그리고 온 국민이 국보1호를 잃고서 오히려 정신이 깨어나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현상의 근본적 원인에는 속시원한 담론을 본적이 없다.

천하만사의 본말과 주종에 있어 마음은 근본이 되고 육신은 끝이 되며 도학은 주가 되고 과학은 종이 되는 것이라는 말씀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 나갈 때 무엇이 순서이며 무엇이 기준이 되는가를 알게 해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공교육을 보자면 본말과 주종이 거꾸로 되어있어 과학이 주가 되어 있고 도학은 종이 되어 주체를 찾을 길이 없다.

과학은 분석을 위주로 하는 것이기에 과학교육이 주가 되면 분별심이 발달하는 기질이 되고 그러한 기질은 정신기운이 약하게 되어 물질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으로 전락하고 나아가 욕심에 끌려사는 온갖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을 키우게 된다.

반면에 도학이 주가 되게 되면 도학교육은 무아무심한 성품의 기질이 발달되므로 통합적인 사고와 나만이 아닌 전체를 위하는 가치관이 키워지고 무엇보다도 정신이라는 주체가 정립되어 모든 물질을 선용하는 도덕적 기질이 길러지게 되므로 평화의 세계를 건설하게 된다.

이러한 본말 주종의 순서를 가장 잘 증명해주는 것이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라고 생각된다. 원불교의 대안학교들은 마음공부에 바탕한 교육으로 도학이 주가 되었기 때문에 교육계에서 가장 먼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우선요소가 있었던 것이다.

교육뿐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전체가 오리무중 속에 순서를 잡지 못하고 많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그 가운데 숭례문 전소라는 결과는 이렇게 주종이 바뀐 현대교육의 당연한 인과요 귀결점이다.

그러므로 본말과 주종을 분명히 알아 우리 자신부터 근본을 바로 세우는 동시에 사회 전분야에 걸쳐 도학에 근본한 개혁과 개벽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우리 인류사회의 급선무 과제요, 우리가 세상을 책임져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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