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도경 교도 / 인제교당
2월27일

산골 학습방을 구상한지가 어언 두어달. 이제 원푸리(남편)는 기안을 쓴다. 새벽 3시까지.

내가 글쓰는 부분도 있지만, 나야 워낙 카피라이터형 인간인지라, 후다닥, 급빠름으로 쓰는 사람이고 원푸리는, 신중, 신중, 논리, 논리, 체계, 체계적인 사람이다.

우리 부부는 싸우지만 않으면 천상의 파트너, 환상의 커플인데 말이야, 쩝.

공간 배치를 위해, 거실을 뒤집고, 컴퓨터를 두 대 더 들여놓고, 식탁을 하나 더 주문했다.

참, 인터넷 쇼핑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하루종일 인터넷으로 가구를 뒤지며, 눈알이 핑핑돌고, 급기야 몸살의 전조까지 보여서, 타이레놀까지 먹었다.

결핍이나, 동주엄마나, 우리 애들은 인터넷 쇼핑을 잘도 하더만 내가 왜 이럴까, 내 마음을 살펴보았다.

이거 사기 당하면 어쩌지,이거 물건 직접 보면, 혹 꽝 아닐까나?

온통 의심하는 마음, 속을까 두렵고 불안해 하는 마음으로 모니터를 들여다 본다. 얼마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겠는가.

마음을 돌려 이 사람들이 내게 이렇게 좋은 물건을 싸고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했을까?

마켓을 구성해서 내가 이렇게 편안하게 앉아서 물건을 고르고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렇게 마음을 돌리고, 씨크릿에서 본 대로 배운 대로 했다.

‘내게 맞는, 좋은 물건을 만날거다. 친절한 판매자를 만날거다'라고…

내게 긍정의 주문을 희망의 주문을 걸었다.

한결 마음이 평안해지고 뒤로 들어가던 눈이 빛이나고 기쁨에 반짝이는 마음으로 변한다.

휴우~ 인터넷 쇼핑하면서 마음 돌리기 또 한번 연습했다는 것을.

2월28일,

거실을 완전히 뒤집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막힌 공간이 환하게 열린다.

이렇게 저렇게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우리의 공간을 확장하고 밖으로 열리게 하는 공간배치를 하고 있다.

우리가 이제 안으로 안으로에서, 밖으로 밖으로의 기운으로 넘어가는 시절인갑다.

원푸리가 지금 또 나무로 뭔가를 만들고 있고, 확 달라지는 우리집의 모습에 마음이 설레인다. 내가 내 책상이라는 공간이 있다보니, 원푸리에게도 원푸리의 책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맑은 마음으로 간절하게 생각하니 또 아이디어가 떠오르려면 며칠 걸리겠지만, 집안에서 좋은 기운이 나오는 공간배치를 하고 있다. 도시가서 좋은 기운을 얻어와서 그런가?

가끔은 일상의 탈출이 필요하지 싶다. 재충전 되어서 다시 일상으로 잘 돌아오기 위해서 우리는 세상으로의 여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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