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호 준 교도·장충교당( 논설위원 )

일전에 교당에서 만덕산훈련원으로 초선성지 순례를 겸한 법위단계별 훈련을 다녀왔다. 만덕산에는 20여 년 전 전국대학생훈련에 참여한 이후 처음이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적공에서 우러나온 원장님의 주제 강의는 감동적이었고 경강과 회화 등 모든 프로그램이 내실 있게 진행되었다.
대종사께서 12인 제자들과 처음 선을 나셨던 초선지 아침산행은 공부인의 초심(初心)을 되살리는데 충분하였다. 푸른생명 효소선원도 꼭 머물러보고 싶은 곳이다.

이제 휴가와 여름방학의 계절이다. 과거에는 산으로, 바다로 향하던 사람들이 요즘은 해외로, 해외로 나간다. 작년에 여행수지 적자는 100억 달러를 넘어서서 세계 4위를 기록했는데, 연인원 1,300만 명이 출국한 결과이다. 2만 달러짜리 중형자동차의 수출마진이 5%라면 1천만대를 팔아야 남는 돈을 해외여행으로 써 버리는 셈이다. 물론 국내 관광산업의 경쟁력이 미흡하다거나 해외여행을 통하여 견문을 넓히는 것이 국제화의 첩경이라는 견해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 정도가 과하다면 문제이다. 더구나 올해에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상품의 수출입에 관한 무역수지도 적자로 돌아섰으니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원불교인은 여름휴가를 훈련기관에서 보내면 어떨까. 압축성장의 시대, 한 차례의 선방이 1년 법회출석보다 효과가 클 수 있다. 필자는 어린 시절 부친을 여의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부모님과 동행했던 변산 하섬과 신도안 삼동원 선방의 추억이 선명하다.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고 오후 나절 하섬에 걸어 들어가던 일, 어린 마음에도 뚜렷한 인상을 남겼던 섬 언덕 바위 위에서의 범산종사님 법설, 신도안 계곡 목욕이 끝나면 마음마저 시원하게 씻어 주셨던 대산종사님의 법우(法雨), 훈련을 마치고 계룡산을 넘어 동학사에 들렀던 산행이 떠오른다.

어떻게 하면 재가교도들이 휴가를 훈련원에서 보내도록 이끌 수 있을까. 직장인에게 적어도 3∼4일 이상의 심도 있는 훈련은 여름휴가 기간에만 가능하다. 따라서 가족 단위의 훈련 참가가 용이하도록 시설이 활용되고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성인교도의 선기에는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총부에서 예비교역자를 파견하거나 훈련기관 인근 교당의 교화자가 동참할 수 있다. 자녀를 동반하는 가족에 한해 방을 가족별로 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콘도도, 리조트도, 펜션도 없고 해외여행도 금지가 원칙이었던 시절에 우리 훈련기관의 시설이나 입지는 평균적인 휴가지 이상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여 수많은 휴가지가 손짓하는데 우리는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있는 시설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부문에 비하여 '훈련기관 자치(自治)나 방치(放置)'가 과도한 느낌이다.

동·하선 선기만은 교화훈련부에서 모든 훈련원의 시설운영과 프로그램 진행을 통합하여 기획하고 홍보하였으면 한다. 또한 적절한 시설보완과 전문인력 보강으로 연중 시설활용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대다수 원불교인들이 가족과 함께 휴가를 훈련원에서 보내며 영육(靈肉)의 조화로운 휴식과 마음공부의 진일보를 이루어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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