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훈련법

비가 내린 후, 모감주나무의 꽃이 어지럽게 내려앉았다. 꽃이 핀 걸 보니 이제 모감주 열매를 주울 날도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모감주는 염주를 만들어 돌리고 또 돌리면 검은 빛깔에 그 윤기가 더하기 때문이다. 모감주로 만든 염주를 단 며칠간이라도 손에서 떠나보내면 이상하게도 그 빛을 잃어버린 듯 보인다. 그래서 모감주 염주의 빛은 일상생활에서의 나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모감주로 만든 염주가 날마다 그 윤기를 더하듯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하루하루 갈고 닦아 갈 수 있도록 밝혀놓은 공부법이 상시훈련법이다. 말 그대로 상시로 하는 훈련이다. 날마다 하는 훈련이며 스스로 진행하고 스스로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는 훈련인 것이다.

상시훈련법은 상시 응용 주의 사항과 교당 내왕시 주의 사항을 중심으로 한다. 상시 응용 주의 사항은 일상생활 속에서 공부하고 훈련하며 반드시 지켜야 하는 여섯 가지 조항이다. 요약하면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 미리 연마하기, 경전· 법규 연습하기, 의두 연마하기, 염불과 좌선하기, 실행 대조하기' 등이다.

상시 응용 주의 사항을 삼학으로 대조하면, 5조는 정신 수양, 2·3·4조는 사리 연구를, 1조는 작업 취사, 6조는 삼학 공부의 실행여부를 살피고 대조하는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동과 정으로 분류하면, 3·4·5조는 정할 때 공부이며, 1·2·6는 동할 때 공부이다. 상시 응용 주의 사항에 대해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서로 서로 도움이 되는 길이며, 일분 일각도 공부를 놓지 않게 하는 길'이라고 하셨다. 결국 상시 응용 주의 사항은 하루의 삶을 일관하여 동과 정, 삼학으로 끊임없이 주의심을 챙기며 단련해가는 빠른 공부법임을 밝히신 것이다.

교당 내왕시 주의 사항은 마음공부의 중심지가 되는 교당을 오가면서 마음에 새기면서 지켜야 할 여섯 가지 조항을 말한다. 여섯 가지 조항은 간략하게 '문답하기, 지도인의 감정 얻기, 지도인에게 해오(解悟)얻기, 전문 공부하기, 예회 참석하기, 소득 유무를 반조하여 실생활에 활용하기'라고 할 수 있다. 교당 내왕시 주의 사항은 법과 스승님을 향한 마음의 생생한 맥을 놓지 않도록 하는 훈련조항이자, 상시 응용 주의 사항의 길을 도와주고 알려주는 공부법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시루에 콩나물이 자라듯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어느 날 갑자기 큰 공부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루라는 작은 일상의 삶이 모이고 모여 세월의 강물이 이루어지듯이 날마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상시훈련을 꾸준히 하는 가운데 큰 공부와 큰 깨달음이 함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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