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안양 교도들이 정전 공부를 한 후 일기 발표를 통해 문답 감정을 하고 있다.
쇠고기 수입 등 국내외 문제로 정부와 국민 사이에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한동안 가슴앓이를 하던 국민들이 올림픽에서 선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픈 가슴을 추스렸다.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 모진 시련을 극복하고 승리한 선수에 관해 이야기 할 때면 언설로는 표현하지 못할 동질의식을 느끼면서 그들의 성공에 눈시울을 붉혀 축하해주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얼마나 행복하랴만 우리 국민들이 지어놓은 복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대선전부터 설왕설래하던 대통령의 종교 편향문제가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올림픽으로 하나가 되었던 민심이 다시 혼탁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국회 조찬기도회의 '12지파 사건'이 그렇고, 청와대 정무직 공무원의 종교조사 사건과 '모든 정부 부처를 복음화 하는 것이 꿈'이라는 청와대 경호차장의 발언, 경찰청장의 사진이 박혀있는 '경찰복음화' 포스터 사건, 원불교와 불교 및 통일교를 폄훼하는 지각없는 목사의 발언 등이 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은 대표적인 다종교사회다. 다종교사회가 된 원인은 많겠지만 대표적인 이유 하나를 꼽으라면 그것은 당연히 우리 민족의 종교적 심성이다. 모든 종교사상을 수용하는 통종교성에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민족적 특성이 존재하기에 헌법 또한 국교를 정하지 않고 있으며, 정치와 종교를 명백하게 구분하고 있다.

다종교사회의 종교적 정신문화를 수호함과 동시에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을 지키려는 의지가 잘 표현된 헌법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이와 같은 국가의 원칙은 비교적 잘 유지되었고 그 결과 대한민국은 종교간 갈등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가 되었다. 종교적 공존과 평화를 유지할 줄 아는 지혜로운 국민이요 멋진 국가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일부 공직자 및 종교인들은 앞서 열거한 사건들을 감안할 때 종교간 공존문화를 깨고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만 강요하려는 한심함을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러한 종교문제를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이 너무 촌스러워 보인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양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의 종교현상을 한번만이라도 생각한 경험이 있다면 필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 사회는 다종교사회로 변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대화 채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인류를 위협하는 모든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종교는 진리와 참된 가치를 가지고 대화하는 것이다. 이분법적 가치관에 닫혀 자신들의 종교 이외에 모든 가르침을 악으로 단정 짓고 이웃종교를 비방하거나 대화를 거부하는 종교는 결코 종교라고 말할수 없다.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그 본질은 모든 생령을 사랑하고 구원함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열사람의 법을 응하여 제일 좋은 법을 믿으라는 대종사님의 호대하신 종교정신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대이다. 개종하여 제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개종한 후라도 하나님을 신봉하는 마음이 더 두터워져야 참된 제자가 된다고 부촉하신 대종사님의 향훈이 그리워진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