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상 / 고봉정보통신중·고등학교 원불교반 훈련

4일간 훈련 하나된 마음  진솔한 강연으로 감동
뭔가 주려던 마음  정작 내가 더 많이 얻어

꼭 삼 년 만입니다. 졸업을 핑계로 점점 발걸음이 뜸해졌던 고봉정보통신중·고등학교 원불교반을 삼년 만에 다시 찾아 5~8일, 나흘간 훈련에 참가했습니다. 총 22명의 학생, 세 명의 교무님, 5명의 봉사자가 함께 했던 나흘은 뜨거운 날씨 속에 더욱 열기를 더해가며 진행됐습니다.

아침부터 찜통 더위가 시작된 5일, 우리는 '무한도전'이라는 주제 아래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활동은 끝없이 푸른 바다처럼 우리들도 생각의 바다를 항해하는 시간. 커다란 백지 위에 '무한도전'이라는 주제어를 쓰고 5인1조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어들을 쓰는 시간이었는데 훈련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지금 느끼는 감정부터 끝말잇기까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오후 일정은 기다리던 체육대회. 학생, 선생님, 봉사자와 교무님이 모두 어우러져 배드민턴과 탁구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피자 한판이 걸린 배드민턴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였습니다.

훈련 둘째 날 오전. 우리는 두 조로 나누어 번갈아가며 법당예절 배우기와 춤추기를 했습니다. 법당에 들어오자마자 아무렇게나 바닥에 누워버리던 녀석들이 법당예절을 배운 후에는 조금 쑥쓰러운 듯 합장도 하고 사배도 정성스럽게 올리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법당 옆 교실에서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독특한 춤사위가 벌어졌습니다. 눈을 뜬 사람이 감은 사람의 손을 잡고 '줄 달린 인형처럼 이리 저리 끌고 다니는 춤'을 추며 우리는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북한에서 온 새터민들이 다니는 학교인 안성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 여학생 6명이었는데요, 남남북녀라 하더니 정말 예쁘고 재주도 많은 친구들이었습니다.
쌀 한 포대보다 무거운 아코디언을 들고 연주해준 학생, 여덟 살 때부터 기타를 쳤다더니 목소리까지 예뻐 고봉학생들의 마음을 앗아간 학생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작은 공연에 이어진 레크리에이션. 처음에는 서로 눈도 못 마주치던 아이들이 한겨레학교 선생님의 재치 있는 말솜씨에 빠져들어 다 같이 신나게 게임을 했습니다. 상품으로 받은 노트를 자랑스럽게 안고 우리는 내일을 기약했습니다.

입추였지만 더웠던 셋째 날 오전은 학생들의 창의성에 다시 한 번 놀란 시간이었습니다. 두 조로 나누어 양초 만들기와 열쇠고리 만들기에 도전한 학생들은 처음에는 투덜투덜 하다가도 점점 자신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들이 신기했던지 조용히 작품에 전념했습니다.

오후에는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444배.

"사은님 법신불 사은님, 사은헌배를 하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며 그동안 모든 일 참회 하고, 사사로운 감정 생각 다 놓고 참된 사람이 되겠사오니 크신 힘 함께 하소서"라는 의미를 담아 무한도전을 시작했습니다. 108배만 해도 쓰러질 만큼 힘들 텐데 끝까지 다한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정말 대견합니다.

훈련 마지막 날, 또 한 번의 무한도전인 '강연'이 있었습니다. 평소엔 목소리 크고 자신만만하던 아이들도 강단에 서면 왜 그리 긴장을 하던지. 몇몇 아이들은 강연을 하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습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용기는 큰 감동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무언가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훈련이 끝나고 보니 내가 더 많이 얻고 더 많이 성장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훈련 준비와 진행에 힘써주신 교무님들과 봉공회 교도님들, 서대연 봉사자 친구들, 그리고 힘들지만 끝까지 함께 해준 고봉 원불교반 학생들, 고맙습니다.
서경주 교도 / 도봉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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