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법전 교무
철원교당
어린시절에 여름 홍수로 물이 불어나면 지류와 강물이 만날 때 물이 역류하는 현상을 볼 수가 있었다. 흘러내려가던 물이 가지 못하고 오히려 역류를 할 때 그 모습은 일대 장관을 연출하게 된다.

이와같이 몇 달새 촛불시위가 정국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우리 정치사에 역사적인 한 획이 이루어졌다. 그동안 위에서 아래로의 권위적 정치사에서 대중의 공론이 드러나며 아래에서 위로의 국면전환이 이루어졌고, 미국이라는 무소불위의 강대국이 우리의 민심에 움찔하는 드문 현상도 나타났다.

과거에 강대국과 약소국의 처세에 있어 강자는 약자를 마음껏 착취하였는데 이제는 자리이타의 상생대도가 아니면 안된다는 주세교법의 법륜이 이 조그만 반도 땅에서 촛불로 기점이 되어 세계각국으로 퍼져나갈 기틀이 분명하다. 세계 정신의 지도국 도덕의 부모국으로 발현이 어찌 되려나 궁금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고 대중의 공론에 교법이 가미된 진정한 공도정치를 기대도 해본다.

또한 이 과정을 지켜보며 생전에 내방하는 사람들에게 법복을 입혀 사진을 찍게하시며 "교운시대이니 각자의 주인된 위상을 갖추라"하셨던 대산종사님이 생각나고 교운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직감할 수가 있다. 교운시대란 새 시대이고 일원시대이며 전체주의 시대다. 묵은 진리와 묵은 사상, 묵은주의는 설 수가 없다.

요즘 중학생들 교실에서는 가장 치욕스런 욕이 "2mb같다"라는 표현이라 한다. 이런 현상 또한 바람직한 일은 아니나, 그 만큼 새 시대에 어긋난 처신은 설자리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니 새 시대의 대세를 모르면 원만한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으며 알고서도 그에 맞는 준비와 노력이 없다면 죄짓기 딱 좋은 것임을 비추어 알게 되었다.

촛불시위가 한참일 때 교도님 한 분이 전화를 해서 "교무님 촛불시위에 가야 되나요 안가야 되나요?"하고 물은 적이 있다. 우리 교단적으로 창립주이신 대종사께서 삼일운동 때도 개벽의 상두소리라고 하시며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셨고 대산종사께서는 정치와 종교의 역할에 있어 "정치는 육(肉)에 있어 무지와 빈곤과 질병을 제거하는 일이며 종교는 정신의 질병과 무지와 빈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하셨다.

그러나 삼일운동때 직접 만세운동이 없었던 점, 일제치하에서 사은에 황은을 잠시 넣었던 점, 정치적인 현실참여가 없어서 청년, 대학생교화가 묵었다는 것을 운동권 사람들로부터 수도 없이 들었었는데, 요즘의 대학가 운동권의 무데모로의 변화를 보면 이상의 비판들이 무상하기 짝이 없다.

역시 중생은 대 자리 보다 소 자리에 밝고 단견의 달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기적으로 새 시대인 동시에 묵은 것들이 혼재된 때 이므로 자칫하면 지나친 정치개입과 시비를 능사로 알기가 쉬우나 바야흐로 막이 오른 교운시대에 종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주인된 위상을 갖추는 것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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