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아라비아 반도 남동쪽에 있는 오만(Oman)에 다녀왔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신드밧드의 나라이기도 한 오만은 한반도의 1.5배 면적에, 250만의 인구를 가진 왕정국가이다. 이번 방문은 양국간 합의에 의한 '한국 경제개발 경험 공유사업'에 정책 전문가로 참여한 데 따른 것이다.

중동지역은 목요일과 금요일이 휴일이어서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닷새 동안 수도인 무스카트의 경제부처를 두루 방문하였다. 모두들 하얀 원피스 모양의 옷(사웁)과 챙 없는 모자(페즈)로 구성되는 전통복장을 입고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무더운 나라에서 방문하는 사무실마다 물 한잔 내놓지 않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이슬람의 금식월인 라마단이었다. 마호메트가 코란을 계시받은 달을 기념하는 한 달간에는 해가 떠 있는 시간에 음식은 물론, 물이나 담배도 금지된다. 하루 다섯 번의 기도시간을 지키기 위해 사무실 복도에 카펫을 들고 나와 자리를 잡는 사람들이 보였다. 여러 나라의 개신교 일각에서 이슬람 신앙에 대항하기 위해 '역라마단 기도운동'인 중보기도를 한다고 하니, 최근 우리 사회의 종교편향 사태와 관련하여 시사점을 주기도 하지만, 라마단이 이슬람 신앙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엿보게 한다.

이러한 금욕에는 축제가 따랐다. 해가 지면 식구끼리, 또는 친지를 초대하여 '이프타르'라는 성찬을 가진다. 오만의 유력 기업인 한 사람의 이프타르에 초대받았는데 현직 각료와 유력인사를 포함한 백 여명 이상의 손님이 정통 아랍식의 뷔페를 즐겼다. 인상적인 것은 전채(前菜)로 빈 속을 달랜 뒤 모든 이슬람 신자들은 기도실로 가서 10분 정도 예배를 드리고, 다시 식사를 하며 대화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었다.

이렇듯 온 사회가 라마단의 단식을 준수하다 보니 한 달간 모든 관공서와 공기업은 오후 2시면 업무를 종료한다. 라마단이 끝나는 기념으로 나라에 따라 짧게는 2∼3일, 길게는 2주일 여의 연휴(이이드)를 가진다 하니, 이들의 종교적 진지성을 인정하면서도, 이 나라들에 석유가 없었다면 경제개발은 어렵지 않나 싶을 정도다.

대종사님께서는 일원 종지와 사은사요, 삼학팔조로 간명하게 교리를 구성하여 온 천하 사람이 다 실천할 수 있는 큰 도를 제정하셨다. 조석심고와 법회출석, 일상수행의 요법만 준수하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삼학을 병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신 것이다. '밥 먹기보다 쉬운' 도이루는 법(대종경 서품 11장)을 가르쳐 주신 은혜에 감사하면서 우리 스스로 교법대로 살기 위해 얼마나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또 한편으로는 이슬람의 라마단이나 기독교의 크리스마스 시즌 등을 보면서 원불교인도 종교인으로서 정체성을 다질 수 있는 일상생활의 조목과 몇 차례 축제를 준수하는 문화를 조성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교단 내외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장례와 제례 의식을 발전시켜 나가되, 삶의 은혜와 감사를 구가할 수 있는 축제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절실한 것이다. 어린 시절, 교당에서 대각개교절이나 석가탄신일, 명절대재 등에 느꼈던 잔치 분위기마저 점차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점점 더 바빠지는 세상살이만을 탓할 것인가.

/장충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