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홍 교무·
    영산선학대
청계천 복원공사로 친환경 지도자 타이틀을 획득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신국가발전의 패러다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였다.

경축사를 들으면서 국민들은 이제야 경제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었다. 그동안 대운하 건설을 필두로 쇠고기 수입 파동, 9월 경제대란설 등으로 적잖이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의 위상도 만회할 것 같았다. 그 이유는 비록 선진국에 비해 뒤늦은 출발이지만 녹색산업이 바람직한 미래 산업의 패러다임이며, 선진산업사회 원년을 선포한 현 정부의 정책과도 부합하는 산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뒤이어 발표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2030)이나 제4차 기후변화종합대책, 그린에너지산업전략, 9·19 주택정책 등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나 기후변화종합대책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 성장시킨다고 하지만 그 계획들의 근간은 원전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이 '저탄소'란 조건을 만족시킨다고 하지만 원전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 처분에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원자력발전 확대와 녹색성장은 영원히 공존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집이 없는 서민들을 위한 주택용지 및 산업용지 공급을 위해 분당 신도시의 16배에 해당하는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는 정책도 '저탄소 녹색성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린벨트가 집 없는 소수에게는 '저주의 숲'이라고 하지만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그린벨트 해제와 녹색성장 사이에서 나타나는 괴리현상을 합리화 하려는 비이성적 망언에 불과하다. 자신들의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집 없는 소수의 아픔을 악용함은 정부가 취할 바른 도가 아니다.

더욱이 걱정스러운 일은 이번에 해제되는 그린벨트 지역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해제면적을 계산해보면 46.5%가 수도권에 집중되어있다. 수도권에 분당 신도시와 같은 규모의 도시 8개를 세우겠다는 뜻이다. 이는 수도권의 과도한 팽창을 억제하고 생명벨트인 그린벨트를 보존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을 정부 스스로가 포기하겠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 분명 문제가 있는 정책이다.

현 시점에서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에 대한 오류를 수정하기 위하여 상기해 볼 사안 몇 가지가 있다.

첫째, 훼손된 서울 도심환경을 되살린 청계천 복원공사에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성원하였던가를 다시금 생각해야한다.

둘째, 후진타오 주석이 서울에 와서 가장 먼저 보고 싶어 했던 서울의 숲과 도심 속 청계천을 보여주며 생태와 환경에 대해 자랑스럽게 설명하던 순간을 생각해야 한다.

셋째, 녹색성장은 자연을 인간중심으로 개발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발하려는 자연환경 그 자체가 녹색성장의 원동력이며,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절대적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다.

깊은 산 향풀이 제 스스로 꽃다움을 깨달을 때 현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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