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 | 친환경농법으로 농사짓는 정관평
10년 전부터 정관평에 친환경농법 
정관평에서 미래 후천시대의 우리 일상의 삶이 이미지화 되어야

공동출역을 하는 날. 영산사무소 직원들과 영산선학대학교 교직원 그리고 학생들이 정관평에서 피사리를 하고 있다.

"없어서는 살 수 없는 모든 관계가 조화와 균형을 이룬 곳, 이로 인해 감사와 은혜로움이 얼마나 큰가를 실증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현장이 바로 정관평이죠."

9월25일 총단회가 끝난 다음날, 영산성지를 찾았다. 때마침 영산사무소 직원들과 영산선학대학교 교직원 그리고 학생들이 공동출역을 하는 날. 모두가 정관평에서 피사리 작업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간간히 내리는 빗줄기는 이들의 정성을 시험하기라도 하는 듯 오락가락 했지만 작업을 마칠 때 까지 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대종사님과 구인선진님들이 닦아 놓으신 터전에서 영육쌍전과 이사병행의 교법을 현장 속에서 구현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영산성지 정관평의 가을 들녘은 바라보기만 해도 넉넉하고 행복하다. 성혼이 어린 곳이라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그와 더불어 모두를 살리고 모든 존재가 서로 조화로운 균형을 이뤄 은혜의 결과로 나토는 친환경농법도 일조를 한 셈 일 것이다.

영산성지사무소 오광선 교무가 정관평에서 우렁이를 들어 보이고있다.

현재 정관평 1차 방언 답은 6.5ha이고, 2차 방언 답은 5.5ha 정도 된다. 1차 방언 답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경작해 오면서 저농약을 지향해 왔다. 그러다 저농약에서 무농약으로 방향을 정하고 농사를 짓고 있다. 하지만 수확량 감소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커 마을주민들의 동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서 2차 방언 답은 친환경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

10년 전부터 정관평에 친환경농법으로 벼농사를 시도 했지만, 벼멸구 피해로 경제적 손실을 많이 입었다. 당시에는 친환경보조 자재들이며 기술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점도 크다.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보조재들이 많이 개발되고 기술력도 발전해왔다.

정관평 피사리 작업을 담당한 오광선 영산사무소 교무는 "영산사무소에서는 부족한 일손을 덜기위한 방법으로 우렁이 농법을 선택했다"며 "이는 제초의 효과 면에서 제일 선호하는 방법이다"고 한다.

따라서 정관평 땅이 제초제의 독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점은 내년이 된다. 현재까지는 무농약이다. 그로인해 청정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메뚜기며 미꾸라지, 우렁이, 반딧불 등의 생명체들이 빠른 속도로 번식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정관평에 날아든 메뚜기들.

정관평에서는 해마다 벼를 벤 다음에 바로 논을 갈아엎어 지력을 보충시켜준다. 논에서 생산되는 모든 부산물들을 그대로 돌려주고 있다. 볏짚의 영양분이 땅 속 깊이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 다음 물을 대고 쌀겨를 뿌려주면 겨울 내 발효되고 광합성 균이 만들어져 땅이 붉은 색으로 변하면서 살아난다. 또 소와 돼지 등의 배설물을 가을에 발효시켜 다시 땅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이렇게 땅을 살리니 시간이 흐르면서 질 좋은 쌀이 생산되는 것은 당연한 일. 올해도 풍성한 들판에 벼 알이 토실토실하다.

이경옥 영산사무소장은 "대종사님 대각 이후 첫 성업인 정관평에서 미래 후천시대의 우리 일상의 삶이 이미지화 되어야 한다"며 "친환경을 말할 때 농약이나 비료에 대한 문제가 인간중심의 개념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인간중심의 개념을 극복할 수 있는 식견을 지닌 사람들의 입장에 서야 농사에도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20년 동안 영산성지를 수호하며 정관평을 친환경농업으로 경영을 해온 김성근 교무는 "정관평의 가치는 우리 인간의 몸에 좋은 먹거리 생산의 터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은의 관계에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현장으로 구현해 내야 한다"며 "정관이라는 의미가 태평성대라고 하는 인간중심의 태평성대만이 아니라, 이 우주 안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태평성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렁이알이 벼줄기에 붙어있다.

정관평을 통한 영육쌍전 이사병행이 교법으로 실현되는 현장, 즉 원불교 공동체의 삶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현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관평에서 친환경유기농 쌀을 생산해 온 영산성지 지킴이다. 작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와 더불어 20여년이 넘게 농장관리를 맡아 정관평을 일궈온 나병섭(51세) 부장. 그 또한 영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성지수호자이다.

그는 "농사가 잘 돼 우리 교도님들에게 먹거리를 많이 공급할 수 있는 것이 농부의 보람"이라며 "영산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영산사무소 12명의 모든 직원들이 환경수호자요, 성지지킴이들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영산사무소에서는 정관평에서 생산된 쌀을 '정관평'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친환경농법으로 생산된 먹을거리가 생산자의 의식과 방법이 자연친화적일 때 그것을 찾는 소비자 또한 동조자의 자세로 함께 하는 것이다. 때문에 영육쌍전과 이사병행의 교법으로 경작된 영산성지사무소의 정관평 친환경농법은 그 역할이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앞으로 정관평이 대종사님의 교법이 끊임없이 구현되는 현장이 되고, 새 시대를 열어가는 시발점이 되도록 영산성지사무소 성지지킴이들은 오늘도 정관평에서 구슬땀을 닦고 있다.

정관평에서 친환경농법으로 생산한 무농약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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