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현 종법사님께서 금정교당에 오셨다. 사찰음식을 공부하던 중이어서 부족한 솜씨지만 그동안 배운 것을 바탕으로 정성을 다하여 공양을 올렸다. 연잎약밥, 오방색 연근조림, 백년초 물김치, 틈틈이 준비한 야생초 장아찌 등으로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이라 생각하고 온갖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마련해 드렸다.

요즘은 부산 광안리에서 자연음식 전문점인 진미정이란 식당을 운영한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가급적 육류를 줄인 야채와 버섯요리가 주로 나가니 성직자들이 드시기가 부담 없는 모양이다.

교단의 선진님들도 종종 찾아 주시고, 성베네딕 수녀원의 수녀님과 신부님 및 원근각지의 스님과 목사님들도 종종 방문해 주신다. 이러다 보니 조리에서부터 서빙까지 더 조심스럽고 음식 하나하나 마음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

밥을 하면서 “이밥을 드시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시고 소원성취하시길 바랍니다”하고 염원 한다.

이 조리대 까지 오게 된 버섯, 시금치, 고등어 등 여러 식자재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한다. “유는 무로 무는 유로 돌고 도는 것이 이치이니 이제 사람 몸 받아 진급 하거라” 하는 마음으로 조리를 하니 불공이 따로 없다.

이곳은 나의 기도처요 나의 수도장이다. 잠시 마음이 요란해지면 음식이 타고, 밥이 질고, 맛이 짜다. 곧 바로 결과가 나오니 이곳이야 말로 큰 도량이 아닐 수 없다

이젠 오시는 고객 한분 한분이 모두 부처님이 되었다. 이 모든 부처님들을 위하여 오늘도 정성을 다해 공양을 올리니 힘은 들지만 행복하다.

이곳을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이 부처님이요, 내가 하는 일들이 불공이니 이 일이야말로 처처불상 사사불공이다. <금정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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