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서 읽어낸 ‘맞춤교화’
재가출가가 활불되어 꽃피우는 봉공
토탈교화시스템으로 젊은 교도 교화
노인복지위해 소규모 요양시설 설립

■ 교당을 찾아서 / 전북교구 운봉교당 

▲ 박영창 교무와 봉공회원들이 김부각 작업 중이다.
남원을 지나 지리산 방면으로 산허리를 휘감듯 여원재를 오르니 500고지의 넓은 분지가 시원스럽게 펼쳐있다.

‘방장산 정기어린 불연골 남원운봉 삼세인연 함께 모여 일원회상 주인, 삽삼조사 원력모인 서른 세 곳 마을마다 일원의 빛 두루 비쳐 대종사님 큰 뜻 펴는 운봉교당…’ 좌산상사가 운봉교당에 8대 교무로 재직시 지은 글이다. 이렇게 불연이 깊은 남원시 운봉읍 동천리에 위치한 운봉교당.

때마침 요양원의 옥상에서는 봉공회원들과 박영창 교무가 김부각 만드는 손놀림이 바쁘다. 봄햇살 가득 받으며 바람까지 곁들이니 김부각하기 좋은 날이다. 한곳에서는 마른 김에 찹쌀풀을 칠하고, 한팀은 깨를 찍어낸다.

▲ 박영창 교무와 봉공회원들이 김부각 작업 중이다.
1층 식당에서는 독거노인에게 전달할 반찬만들기에 분주하다. 1주일에 1번씩 매주 금요일에 독거노인에게 전달할 반찬을 만든다.

이번주 반찬은 입맛을 돋우는 배추포기김치와 호박나물이다. 식당에서 진두지휘하던 김원화 봉공회장은 “시에서 지원을 할때는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사서 공급했는데 교당에서는 노인들의 입맛에 맞게 정성들여 해주니까 너무들 좋아한다”고 한다.

시골교당인데도 젊은 교도들이 많기에 그 연유를 물었다. 박 교무는 “어린이집 자모를 중심으로 합창단을 구성해 활동했는데, 노인복지요양시설인 ‘경효의 집’이 마련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정봉사원파견(이하 가파)이라는 전문적인 봉사자로 연계되었다”고 말한다. 어린이집 교화를 통한 젊은 사람들의 활동은 사람이 귀한 시골교당 교화에 큰 활력이 되고 있었다.

운봉지역은 33개 마을로 이루어져 1만7천명이었던 인구가 지금은 4,400여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게다가 65세 이상되는 노인이 1,500여명으로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중 독거노인이 230여명이다.

박 교무가 ‘경효의 집’에 관심을 보인것도 지역의 특성에 맞는 맞춤교화가 아닐 수 없다.
▲ 박영창 교무와 봉공회원들이 김부각 작업 중이다.

운봉교당은 토탈 교화를 하고 있다. 일반법회 뿐만아니라 교화와 교육이 연결되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작년에 평가인증 최고점을 받았고, 운봉 청소년 수련실에서 방과후 학습을 시로 부터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보조금 없이 교당지원으로 하는 일련의 사업들은 년중 행사로 봄에는 김부각 100톳(만장)정도를 만들고, 가을에는 김장 1,000포기를 담근다. 김부각을 만들어서 봉공회 수익사업으로 할만도 하련만 이 모든걸 운봉 지역민들에게 공급한다.

올해부터는 소규모 요양시설로 지역노인 교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안으로의 교화, 지역으로의 대불공이다.

“이곳은 역사가 깊은 만큼 재가출가의 정신이 살아있고 대종사님 혼이 살아있어요”라며 박 교무는 교도들 칭찬이다. 박성운 교도회장은 “예전엔 자원봉사를 하려면 전주까지 나가야했는데 요양원이 운영되니까 통합적이고 조직적으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재가출가가 혼연일체가 되어 봉공을 통한 교화의 신바람이 묻어난다.

김법열 보좌교무가 교도들을 소개하는게 이채롭다.

“이 분은 소원공 교무 오빠이고 이 분은 최용정 교무 어머니시고...”

69년이라는 교당의 역사답게 30여명의 출가자가 배출되어서인지 전무출신 가족들이 교당의 주인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 많은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교도들이 곳곳에서 교화사업의 직책을 맡아서 주인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파팀장이 김 봉공회장, ‘경효의 집’ 관리팀장이 이형로 부회장이다.

교도들의 공부는 주로 겨울에 집중된다. 고산지대인 운봉은 토마토, 파프리카, 감자 등 시설재배가 많아서 농번기에는 법회 참석수가 절반으로 줄어들기에 11월~2월까지 특별기도, 정기훈련, 교리공부 등 집중적인 공부를 한다.

지금 진행중인 사업만으로도 벅찰텐데 김 봉공회장의 수첩엔 이미 내년 사업을 구상중이다.

“봉사를 하다보니 손 넣을 곳이 너무나 많아요. 내년에는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만들어주는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고 한다. 박 교무도 “농촌이다보니 결혼이민자 가족중에 버려진 아이들이 너무 많다”며 결혼이민자 센터 사업을 구상중이다.

정성이 담긴 반찬을 들고서 국주영 교도와 함께 외딴곳에 사는 양필녀 할머니에게 배달을 갔다.

할머니의 첫 인사가 “지난주에 고깃국 끊여줘서 잘 먹었어요” 하며 반갑게 맞이한다. 지난 주 빈 그릇을 건네는 할머니의 웃음속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볍고 훈훈했다.

한편 소규모요양시설인 ‘경효의 집’은 5월22일에 개원할 예정이다.
▲ 원기84년에 세운 창립60주년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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