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서 읽어낸 ‘맞춤교화’
봄날 같은 생기 감도는 교당
일반교도, 어린이 함께 법회 보며 교화 성장
법회와 상시 문답으로 깊어지는 신심·공부심


▲ 놀이잔치의 대표주자인 어린이·청소년 민속큰잔치 전통과 현대를 어우르는 변화의 지혜가 필요하다.
중앙총부에서 태백교당 가는 길은 참 멀었다. 중부고속도로 증평IC를 나와 음성, 충주를 거쳐 다시 굽이굽이 고갯길이 이어진 박달재를 넘었다. 수려한 동강으로 이름난 영월을 뒤로 한 채 이제는 길이 좀 편해질까 했더니 차가 다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산길을 올라간다.

태백교당이 위치한 태백시는 해발 700m의 산악지대다. 4월에도 종종 눈이 내리는 곳, 교당은 그런 태백시의 한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높은 곳에 있는 교당으로 치면 아마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도로변에 자리한 교당은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원불교' 표지가 시원스럽게 붙어있었다. 원기75년 교당 설립 시 지었으니 거의 20년이 다 되었는데도 여전히 단단해보였다.

교당에 들어서니 평일인데도 많은 어린이들이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 놀고 있었다. 모두가 어린이회원들이다. 교무님을 찾아왔다는 기자의 말에 홍민우 어린이(초2)가 “들어가셔서요, 계단을 올라가지 말고 바로 옆문으로 들어가시면 돼요"라며 야무지게 안내를 한다.

▲ 원기75년 지어진 태백교당 전경.
안에서는 허인은 주임교무가 어린이들의 부모인 교도들과 차를 나누며 담소를 하고 있었다.

허 교무는 “일요법회 때도 오늘처럼 일반교도들과 어린이들이 어우러져 법회를 보니 더욱 재미있는 시간이 된다"고 말해주었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교당, 그래서인지 교당 전체에 생기가 감도는 것만 같다. 마치 긴 겨울을 지낸 고목에 파란 새싹이 돋아나는 것처럼.

여타 교당 같으면 성가반주를 일반교도들이 하겠지만 태백교당은 김수경 어린이(초3)가 지난해부터 도맡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석 정리, 법당 청소, 촛불 정리도 모두 어린이들 몫이다.

허 교무는 “때론 서투르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교도들이 오히려 더 좋아해서 흥이 난다"며 “어린이들의 마음도 어른들과 다름이 없다"고 귀띔했다.

이런 교당 분위기 때문일까, 자녀들이 어린 젊은 교도들이 편하게 교당을 찾게 되고 그로 인해 교당에는 더욱 활기가 감돈다. 큰 교당에 비해 교도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30대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세 자녀의 어머니인 이현진 교도는 “부모들도 애들 보기 힘들 때가 있는데 교무님은 늘 있는 그대로를 봐주셔서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좀처럼 다른 집에 자녀들을 데리고 가지 않는 신영진 교도도 교당만큼은 맘 편히 오게 된다.

교도들은 허 교무와 담소하며 자연스럽게 지냈던 일에 대해 문답감정을 받고, 교법에 대한 신심과 공부심이 깊어지게 된다. 바로 상시훈련이 이뤄지는 것이다. 허 교무가 다른 무엇보다 법회에 힘을 쏟는 것도 교법을 통해 교도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 지난해 10월 강원교구 대법회시 경산종법사
태백교당의 성장에는 전임인 김오철 교무(영산선학대)가 개설한 다도와 요가교실도 큰 역할을 했다. 지역사회에 교당의 다양한 모습을 심어준 것. 허 교무 역시 그 뒤를 이어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에 요가를 가르치며 지역사회와 소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허 교무가 무엇보다 비중을 두는 것은 교도들의 공부.

이를 위해 올해 2월부터 반백일 기도를 시작해 교도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한 교화연구소에서 제작한 교전 읽기 쓰기 계획에 따라 교전공부도 해가고 있다.

바쁜 직장생활에도 기도를 시작한 박영선 교도는 “경전을 읽다보니 몰랐던 내 모습을 알게 되고 절로 참회가 된다"며 감상을 말하기도.

태백교당은 지난해 강원교구 연말시상에서 전년대비 최우수 입교상을 수상했다. 어려운 강원교화에서 이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마음공부와 법회에 큰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폐광지역 특별법과 대정부 합의사항 추진으로 대체산업 육성과 지역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여건이 개선되며, 급격한 인구감소가 둔화된 것도 교화에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태초에 환웅이 내려와 신시를 열었다는 성지 태백산의 이름을 딴 태백. ‘크게 밝다'는 그 의미처럼 태백교당이 일원의 혜명을 밝게 비추어 모든 사람을 낙원으로 인도하는 법등이 되기를 바라며 두 손을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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