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처가 없다. 정현인 지음
원불교신문발행. 208쪽. 1만원

“맑은 바람에 드러난 대종사의 달은 깨달음의 은유이다. 만약 ‘붉은 태양 불끈 솟으니 대명천지로세’라고 했더라면 그 멋없는 글이 <대종경>에 실렸을까.”

대종사가 대각을 이루고 심경을 노래한 시 “맑은 바람에 달 떠오르니, 만상이 자연히 밝았도다 (淸風月上時 萬像自然明)”를 두고 저자는 이렇게 해석했다. 저자는 이 시를 가리켜 “달을 주제로 한 성리품 1장은 그림으로 따지면 한껏 격을 높인 물빛 수채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자는 “‘청풍월상시 만상자연명’이 은색 달빛에 물들인 한 폭의 그림이라면, 여기에서 대종사는 어디 계셨을까?”라고 반문한다.

그리고 ‘자연히 밝았다’의 주체가 대종사 자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대종사 자신인 내게 밝게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현인 원광대교수 (속명 순일·교무)가 낸 <오늘은 부처가 없다>는 대종사의 성리법문을 그림과 함께 에세이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그림은 김범수 원광대 동양학 대학원 교수가 그렸다.

김교수가 그린 그림은 전통 석채화이다. 풍경화임에도 선(禪)적인 이미지가 풍긴다. 그래서 책의 부제도 ‘성리로 읽는 그림, 그림으로 읽는 성리’로 붙여졌다. 에세이같은 책이면서 성리에 대한 철학적 해석이 신선하고 서정적이고 회화적이다.

성리에 대한 정현인 교수의 이와 같은 관점은 “소태산 성리의 주제는 삶이요, 대상은 사람이다. 사람이 아름답게 사는 모습, 영원에 이르는 다가섬의 미학, 그것이 성리다”라고 한 데서 가장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은유와 함축된 언어 저 편에 숨겨진 막연한 진실에 대한 환상 때문”에 성리는 “일반들이 선뜻 다가설 수 없는 세계로 인식되어 왔다”며 “성리는 지금 우리와 함께 숨쉬고, 우리가 기뻐 웃고 슬퍼 우는 나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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