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현두 교무 동원교당
혁신도시를 재검토하겠다는 발표를 보면서<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보거상의(輔車相依)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춘추시대 말엽 진(晉)나라가 괵나라를 공격할 야심을 품고 통과국인 우나라에게 길을 열어주면 많은 재보(財寶)를 주겠다고 제의한다. 재물에 현혹된 우나라의 우공이 길을 열어주려하자 우나라의 현인 궁지기가 괵나라와 우나라는 한 몸과 같기 때문에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망한다면서 보거상의(수레의 짐받이 판자와 수레는 서로 의지한다), 순망치한(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이라는 속담을 들어 진나라에게 절대 길을 열어주어서는 안된다고 간언을 한다. 하지만 눈앞의 경제적 이익에 눈이 먼 우공이 궁지기의 충언을 무시하고 길을 열어주어 결국은 괵나라와 함께 우나라도 망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감사원의 보고서를 보면 혁신도시는 문제를 안고 있다. 부가가치 부풀리기, 구도시의 공동화 현상, 과다한 조성원가 등에 대한 지적이 사실이라면 이는 분명 잘못된 정책이며 대책마련에 모두가 노력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사안이 있다. 혁신도시를 계속 추진하는 지방의 하향식 평준화 논리에 언제까지나 발목 잡혀 살 수는 없다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필요 이상의 평등의식은 우리 모두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생각이 아니라는 점에서 동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향식평준화 발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이의 제기로 누가 언제 어디서 혁신도시 건설을 입법화했는가를 묻고 싶다.

내 기억으로 혁신도시는 노무현 정부의 중앙부처 관료들과 여야국회가 여의도에서 입법한 사안이다.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혁신을 통해 전국이 특성 있게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노무현 정권의 핵심 정책이었고,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도 혁신도시건설지원특별법에 찬성했었다.

계획한 사람과 입법한 사람 모두가 중앙에 계신 분들이지 지방의 아전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방민들은 중앙에서 결정 해준 사안에 감사하며 중앙정부의 정책을 충실히 이행한 죄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중앙부처의 일부 인사들이 자신들이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지방 사람들에게 하향식평준화라는 멍에를 씌워 책임소재를 희석하려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생각이다.

감사원에 의해 제기된 문제점을 정밀하게 분석해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혁신도시 정책을 놓고 책임 떠넘기기나 정쟁의 소재로 삼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최대 피해자는 해당지역 사람들이다. 피해자들의 심정을 헤아리려는 마음을 우선과제로 삼아야한다. 그리고 괵나라와 우나라의 예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순망치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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