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랜드 애머리히 감독의 <인디펜던스 데이>는 노골적인 미국 찬가다. 독립기념일을 이틀 남겨놓은 7월2일, 거대한 외계인의 우주선이 지구에 나타나 각 나라의 도시를 공격한다. 지구의 멸망 앞에서도 미국 대통령은 용감하다. 그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직접 전투기를 몰고 나가 싸운다. 용기와 희생은 그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외계인과의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그가 연설을 한다. 하필이면 그날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4일이다.

"인류란 단어는 이제 새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여 공동사명을 위해 모였습니다. 오늘은 전 인류의 독립기념일이 될 것입니다. 독재와 억압과 박애가 아닌 종말에 앞서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겁니다. 만약 승리하면 7월4일은 전 세계가 독립하는 날입니다."

당연히 미국 대통령은 외계인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한다. 이제 7월4일은 전 인류의 기념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소련제국의 몰락 후 미국은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지구 구석구석까지 거침없이 과시하고 있다. 외계인까지 물리쳤으니 이제 전 세계는 그 람보 앞에 바짝 엎드릴 것이다. 기분 나쁘게 재미있는 <인디펜던스 데이>보다는 그래도 양심적인 영화가 올리버 스톤 감독의 <7월4일생>이다.

독립기념일에 태어난 주인공의 가슴 속에는 미국을 대표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자리 잡는다. 애국심이 남달리 강했던 그는 공산주의로부터 조국을 지켜야한다는 정부의 감언이설에 속아 스스로 자원입대하여 월남전에 투입된다. 그러나 전투에서 양민을 죽이고, 동료에게 방아쇠를 당기는 실수를 저지르면서 죄책감에 시달리고, 베트콩의 습격으로 부상을 당해 조국으로 돌아오면서 반전주의자로 변한다. 그는 전쟁강경파인 닉슨을 대통령후보로 내세운 공화당전당대회에서 외친다. "이 사회가 나와 전우를 죽였소. 우린 미국인을 사랑하지만 정부는 안합니다. 정부는 모리배요, 폭행범이요, 강도입니다. 우리가 미국정신입니다." 그 후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의 연사로 나선다. "우리가 신뢰하는 정부는 국민들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흑인, 황인, 백인, 남녀노소, 노동자, 학생의 것이요. 이것이 우리의 신조입니다." 두 편의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와 <7월4일생>은 똑같이 7월4일을 이용했지만 그 메시지는 서로 달랐다. 하나는 오만한 미국의 패권주의를 드러냈고, 다른 하나는 허위와 위선에 가득 찬 기성세대와 대비되는 미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부르짖는 외침이 진정한 독립기념일의 정신이라고 정의했다.

미국 44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됐다. 그는 시카고의 그랜드 공원에 모인 100만 인파 앞에서 "젊은이든 노인이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흑인·백인·히스패닉·아시아인·원주민이든, 미국 국민들은 전 세계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하나의 조국, 하나의 국민"을 호소했다.

영화 <7월4일생>에서 외친 그 젊은이의 꿈이 흑인 대통령에 의해서 이뤄질까 우리는 지켜 볼 일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