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가 큰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절대 힘을 과시하던 미국 투자은행이 도산하거나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목숨을 부지하는 사태가 일어났고, 보통 은행에 팔려간 투자은행을 부러워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들의 급전직하가 큰 위험을 안은 투자처에 복잡한 금융기법을 동원한 파생상품 형태로 투자하는 '탐욕' 때문이라는 사실은 아무에게나 알려진 사실입니다. 정작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준 점은 이런 탐욕적 행위와 그에 따른 파산 상태보다 전 세계 경제의 마지막 보루라 여겼던 미국 금융당국이 이를 예견하지도 바로잡지도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세계 금융시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졌고, 각국 금융시장에서는 금융당국들이 자국 금융기관을 제대로 감독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게 됐습니다. 금융기관들이 얼마나 미국 투자은행의 탐욕적 투자에 개입했는지도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선진국·개도국을 막론하고 많은 은행이 도산하거나 정부의 구제금융에 매달리게 되었고,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이런 위험에 직면했습니다. 우리는 불과 10여년 전 외환위기를 겪었기에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극도로 높아졌고, 주가와 환율이 급락과 급등을 반복했습니다.

이 불안이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힘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은 모두가 알게 되었지만, 우리 금융당국이 불안감을 해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증폭시킨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특히 우리 금융시장에서 큰 손 노릇을 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행태는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 그 자체였습니다. 급기야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으로 불신이 해소되기 시작한 것은 신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금융시장의 불안이라는 격랑을 벗어나면서 실물경제의 후퇴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산업이 휘청거리고 일본 자동차업계도 허리띠를 조이기 시작했습니다. 선진국 경제는 내년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실물경제 지표들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이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건설경기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10월에는 모처럼 무역흑자를 기록했지만, 선진국 경기가 어두운 만큼 수출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전망에서도 신뢰만 회복되면 경제는 다시 살아나는 경이로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국내 제조업은 충분한 경쟁력을 쌓고 있고, 우리 주력시장으로 부각되는 개도국 시장은 내년에도 전망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국이 사상 최대 경기 진작책을 내놓은 것은 더욱 반가운 소식입니다.

미국이 자기 힘만을 과시하는 집단이 아닐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향후 세계경제 회복에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레임덕에 빠져 있던 부시 대통령 주도 하에 세계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모였던 G20 정상회담 실효성도 한결 높아질 것은 물론입니다.

이러한 희망을 묶어 우리 경제가 되살아나려면,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의 장래를 책임진다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민의 신뢰를 살리는 데 힘을 다해야 합니다.

경제가 백척간두에 있다고 모두가 걱정하는데, 정치권과 정부가 사사건건 상대 잘못 타령만 하는 모습은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국민 모두도 희미한 희망이나마 그 불씨를 살려나가 우리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함께 힘을 합쳐야 함은 물론입니다. '신(信)'이 만사를 이루게 하는 원동력임을 원불교 교도라면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화정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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