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 / 김현대 교도· 우아교당
어르신들은 웃음이 특효약
월급 고스란히 교화비로 환원

 

세상이 경제위기로 휘청거리는 요즘이다. 사회가 춥고 어려운 탓일까. 어르신들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김현대 교도(53·우아교당)를 만나러가는 마음은 벌써부터 훈훈해졌다. 약속시간 보다 30분 일찍 도착해 교당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있는데 김 교도가 숨을 몰아쉬며 들어선다. '독거노인생활관리사'로 활동하는 그의 얼굴이 상기돼 보였다. 연유를 물으니 자전거를 타고 독거노인들을 방문하다가 자전거 바퀴가 펑크나는 바람에 갑자기 시간이 지체됐다고 한다. 초겨울의 바람이 제법 차가운데도 그의 얼굴은 오히려 환하고 밝았다.

"좋은 인연을 맺으러 다니는게 목적입니다." 그는 아기가 엄마를 기다리듯이 반갑게 맞이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타부모이지만 삼세로 보면 어느 부모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는게 저희 법이 잖아요. 더 살펴드리지 못함이 죄송하지요"

김 교도에게 '봉사자'는 어떤 자세일까 궁금해진다. "본인이 즐거워야 합니다. 희로애락 중에 기쁜 마음만 꺼내서 삽니다. 그냥 괜히 웃어요." 그는 어르신들을 꼭 웃게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단다.

이처럼 그의 삶 자체는 봉사로 뭉쳐져 있다. 예전에 직장생활을 할 때 연가수당이 나오면 동장을 통해서 어려운 이웃에게 쌀을 보내고 소년원에 책을 보냈다.

그러기에 관리사로 받은 월급도 고스란히 독거 어르신 교화비로 쓴다. "돈이 있으니까 봉사하는데 수월하고 윤활유 역할을 해요"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보살심이다. 지금 이 일이 그에게는 세상말로 '딱'이다.

김 교도는 노인들이 그냥 좋단다. 그래서 경로당에도 자주 간다. 그가 노인들을 만져주고 안아주면 "누가 나같은 사람을 반겨줘"하며 흐뭇해 한단다. 이곳은 교회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이다보니 기독교인들은 많다. 원불교인은 김 교도 혼자라 행동 하나 하나가 조심스럽다.

그는 '원불교 문패'라고 생각하며 행동한다. 공경과겸양으로 어르신을 대한다. 이로인해 김 교도는 어르신들에게 인기 1위다.

"대종사님 법은 남녀노소 선악귀천을 막론하고 다 실행 할 수 있는 공부잖아요. 그래서 어떤 한 분도 소홀히 할 수가 없어요. 귀도 어둡고 못 알아듣는다고 말하지만 콩나물 키우듯이 스펀지에 물 적시듯이 다음 생에 부처님 법 듣고 사시라고 염원합니다." 그의 염원이 닿아 교당으로 인도된 어르신도 제법 된다. 봉공이 교화로 연결되는 사례다.

"봉사정신으로 살다보면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마음만은 기쁩니다. 어르신들이 교당에서 법회를 볼 때는 더 없이 기뻤지요”

그는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청소년이나 버려진 아이들도 돌보고 싶단다. 그러나 그에게도 직장생활을 은퇴한 후 한때 무기력증에 빠지기도 했다. 마트에서 땀 흘리며 물건을 내주는 사람을 보면 '당신은 일이 있어서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우울했다.

신앙생활이 그에게 큰 힘이 됐다. 특히 독거노인생활관리사의 활동은 봉사심을 새롭게 느끼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같은 김 교도의 봉사정신은 오랜 교직생활로 퇴임한 부친의 영향이 크다. 그의 부친은 "남의 집에 갈 때는 빈손으로 가지말고 물건하나라도 꼭 들고 가라"고 말씀하셨다. 그의 부친이 집을 방문할때면 한 사람이라도 무엇이든 먹여 보냈던 기억이 새롭다. 김 교도가 자연스럽게 봉사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어르신들에 대한 봉사가 저에게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예요. " 오직 이타행으로 보살행을 나투는 그는 우리시대의 훈훈한 활불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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