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구 장충교당
3·3·3 교화대불공으로 교화성장 도모
맞춤교화, 교도 노력, 교당 배려 삼박자로
부부단 활성화·어린이 교화 이끌어

원기94년 기축년 새해 첫 여명을 받고 있는 장충교당 전경.

원기94년 기축년 1월1일,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어스름 속에 길을 나섰다. 아직 인적이 드문 휴일 아침 7시, 서울 금호터널을 지나 동국대 방면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서니 왼편 언덕에 장충교당이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며 새해 첫 아침의 여명을 조용히 받고 있었다.

신정절 기념식이 진행 중인 법당에 들어서니 은은한 불빛 아래 정적이 감돈다. 새해 첫 아침을 교당에서 맞이하며 신년기원으로 마음의 근원을 찾아가는 교도들이 가족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소망을 염원하는 중이다. 불단에는 각자의 서원이 담긴 작은 촛불들이 옹기종기 모여 빛을 내고 있었다. 촛불 하나하나가 마치 결복백년대를 준비하는 소중한 합장처럼 여겨졌다.

정성스러운 신년기원 후 경산종법사께 올리는 세배와 동지들 간 세배가 이어진다. 항상 함께 하는 법동지들이지만 새해 첫 아침에 나누는 세배는 법정을 더욱 돈독하게 해준다.

오늘은 특별히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교수인 노대훈 교무가 법신불의 의미에 대한 설법으로 교도들의 마음을 열어주었다. 법회가 모두 마치자 지하 청소년실에서 떡국 공양이 이어졌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따뜻한 떡국 한 그릇에 몸도 마음도 함께 따뜻해진다.

신년기원을 올리는 김제은·소은경 교무

올해 설립 32주년을 맞은 장충교당은 재작년 30년사를 정리하며 한 매듭을 짓고 '3·3·3 교화대불공'이라는 비전으로 새로운 교화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3·3·3 교화대불공은 '일주일에 세 사람에게 전화하기' '일년에 세 사람 이상 입교시키기' '삼개월 동안 법회 무결석 하기'다. 신앙수행을 고취하고 스스로 훈련이 될 수 있도록 365일 쉬지 않는 기도도 함께 진행한다. 이외에 둘째주에는 감각감상을, 넷째주에는 강연을 통해 교도들 서로서로 공부가 되는 교당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렇듯 장충교당은 교도들이 화합 단결해 공부하는 교당으로 유명하다. 법사·법호인이 참여하는 '원호회'는 신앙수행의 축이 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생동감 넘치는 교당을 이끌어가는 바탕이 '청운부부단'이다.

원기87년 유현실 원로교무 재직 시 시작된 부부단은 사회생활이 가장 바쁘고 생활 패턴이 급변하는 청장년 교도를 위한 모임으로 출발 당시 20대 후반~30대로 구성됐다. 1개 단으로 시작했으나 올해까지 청운남·녀 각 3단으로 성장하며 교화 활력의 중심이 되고 있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중심적으로 활동해온 최호준 교도는 "다양한 활동이 있지만 법회 후 1시간 내외의 회화와 분기별 부부단 훈련, 기타 친교 모임을 주로 하고 있다"며 "매주 단모임은 생활 속에서 겪는 경계를 법문과 대조해 공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장충교당 교화활성화의 바탕이 되는 청운부부단, 가족을 중시하고 왕성한 학습욕구를 지닌 젊은 세대를 위한 맞춤교화인 셈이다.

부부단을 통해 같은 연배의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고민을 나누며 교감하는 가운데 교법이 스며들고 삶이 바뀌어 가는 것. 가족을 중시하고 공부에 대한 의욕이 왕성한 젊은 교도들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한 일종의 '맞춤교화'인 셈이다. 부부단이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어린이 교화도 힘을 얻었다. 부부단이 훈련이라도 하게 되면 교무진이 동참해 자녀들의 훈련을 담당한다. 자녀교화·가족교화가 함께 이뤄지는 것이다.

김제은 주임교무는 "방학 때면 부모들과 함께 어린이들이 교당에서 숙식을 하는 '교당스테이'를 하고 있다"며 "고령화 되는 교단에 부부단은 교화에 큰 희망이 되고 있다"고 귀뜸했다. 장충교당 부부단이 입소문을 타자 다른 교당을 다니던 교도들이 장충교당을 찾는 경우도 생겼다. 다른 교당에서 부부단을 본따 젊은 교도로 구성된 단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쉽게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

도덕 부활과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는 교도들.

이에 대해 이정근 교도는 "어떤 모임이든 '구심점'이 필요하다"며 "더욱이 자율적이다 보니 자신의 시간을 쪼개가면서 활동하는 사람이 없으면 사람들이 흩어져서 힘이 든다"고 말했다. 또 이도철 교도는 "일부 훈련원에서나 교무님을 초청해 훈련하는 것에 대해 융통성이 있다"며 "가장 좋은 단회 장소도 원로교도님들이 양보를 해주셨다"고 부연했다.

장충교당 부부단 활성화는 고객의 욕구를 적절히 수용한 '맞춤형 교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교도들의 노력' 그리고 '교당의 배려'라는 3박자가 적절히 조화를 이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던 셈이다.

8년이 되어 이제는 30~40대 중반에 이른 이들에게 과제가 생겼다. 더 젊은 세대를 교당으로 이끄는 것과 교화에 폭넓게 기여하는 것이다. 최 교도는 "아이디어는 많은데 실행이 어렵다"며 "교화정체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부부단 교화의 성공이 관건인 만큼 교단적으로도 적극적 관심을 가지고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훈련 시설과 프로그램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부부단의 행복한 웃음과 해맑은 어린이들의 천진한 미소에 원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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