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을 떨치고 희망으로 연을 날리자~

 

 

티없이 맑은 하늘에 가느다란 한가닥 실의 끝에서 신바람나게 하늘로 치솟는 연을 보면 보는 이의 마음도 함께 창공을 나르고 하늘을 소유한 듯한 여유와 기쁨을 느끼게 한다.

연(鳶)은 <삼국지 위지 동이전>이나 <삼국사기>에 나올 정도로 서민들과 가까운 우리 전통문화이다.

연은 정월대보름 즐기던 놀이

한해의 피로했던 마음과 일손이 한가해지는 음력 12월부터 정월 대보름을 전후로 그해의 괴롭고 슬펐던 액을 떨쳐 버리고 새해의 밝은 희망을 염원하며 즐기던 놀이다.

그러나 바람을 타고 대기중에 높이 떠 오를 수 있도록 바람의 역학관계를 고려하여 만든 그 슬기는 퍽 과학적이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우리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연 싸움에서도 우리 조상들의 아름다운 겨룸의 세계를 찾아 볼 수 있다.

무형문화재4호 두산 노여상씨는 "연의 겨룸에서 이긴 편이 진 편을 위해 한턱을 냈던 것은 진 연이 이긴자를 위해 저 먼 하늘로 좋은 소식을 전하려 날아간 것으로 생각하는 풍류와 멋을 아는 백의 민족의 고결한 미덕이다"며 "오늘날 물질문명의 홍수 속에서 황금만능과 이기주의에 빠지기 쉬운 우리들이 배우고 또한 되살리고 싶은 조상들의 아름다운 마음씨"라고 표현했다.

연을 만들때의 정성, 날리고 겨룰때의 마음씨가 하나로 조화를 이룰때 우리의 마음은 티 없이 맑은 푸른 하늘처럼 깨끗해 질 것이다. 이에 잊혀져 가는 우리 조상의 마음과 멋이 담긴 민속놀이를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창조적으로 전승하게 하여 마음의 터전을 기름지게 해야 한다.

액(厄)을 막아주는 액막이연

우리 나라에서는 특히 정월 대보름날 밤이 되면 달맞이를 하고 난 후에 각자 띄우던 연을 가지고 나와 액막이연을 날리는 풍속이 있다.

액막이연이란 연에 '액(厄)'자 한자를 쓰거나 송액, 또는 송액영복(送厄迎福)이라는 액을 막는 글을 쓴 후, 자기의 생년월일이나 성명을 적어 연줄을 끊어 하늘로 날려 보내거나 불에 태워버리는 것을 말한다.

이 풍속은 민속신앙적인 사고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에 액을 실어 날려 보내거나 불에 태움으로써 한해의 액운을 막아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복연은 연에 한 쌍의 원앙새나 박쥐 등의 그림을 그려 놓아 연을 날림으로써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한국의 전통민속이다. 원앙새는 부부의 정을 상징하는 것으로 부부의 정이 돈독하길 기원했다. 박쥐의 한자인 복(복)은 행복을 의미하는 복(福)자와 음이 같기 때문에 박쥐를 그려 넣음으로써 행복을 기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연날리기는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는 풍속으로 우리만의 독특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날리기의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이나 태국, 중국의 연은 연실을 많이 풀어 높이 띄우기를 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연싸움을 하거나 연을 자유자재로 조종하기 어렵다. 그 모양도 물고기연(魚鳶), 새연(鳥鳶), 용연(龍鳶), 사람, 동물 모양의 연 등 연의 그림이나 모양에 관심을 둔다.

한국연은 매우 과학적인 구조

한국의 연은 그 형태와 구조 면에서 다른 나라의 연과 달리 바람과의 관계가 매우 과학적인 구조로 되어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연은 직사각형 모양의 방패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나라의 연에는 없는 독특한 방구멍이 있다.

연에 방구멍을 냄으로써 맞바람의 저항을 줄이고, 뒷면의 진공상태를 메워주기 때문에 연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강한 바람을 받아도 잘 빠지게 되어있어 웬만한 강풍에서도 연이 잘 상하지 않는다.

한국의 방패연은 머릿살의 양끝을 뒷쪽에서 실로 당겨 이마가 불룩 튀어나오도록 뒤로 젖혀준다.

머릿살 양끝을 맨 줄은 활모양이 되며 이것을 활벌이줄이라고 한다. 따라서, 바람을 많이 받아도 활모양으로 된 방패연 이마쪽은 바람이 강하게 부딪히지 않게 되어있다. 방구멍 아래 꽁수줄을 매는 데이는 바람이 세더라도 연의 아랫쪽으로 바람이 흘러 연이 뒤집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국, 일본 등 세계의 연이 높이 띄우거나 그림, 모양 등에 관심을 두는 것과는 달리 한국의 연은 연을 날리는 사람의 조종에 따라 상승과 하강, 좌우로 돌기, 급상승과 급하강, 전진과 후퇴가 가능하다.

또한 얼마든지 높이 날릴 수도 있고 빠르게 날릴 수도 있다. 한국연의 구조는 연날리는 사람에 의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기동력을 갖게 되어 있다. 이러한 기능적 특성 때문에 연싸움(연줄 끊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방패연, 가오리연, 창작연

우리나라 연의 종류는 연의 형태와 문양에 따라 분류되므로 그 종류가 100여종에 이르고 있다. 형태면에서 살펴보면, 우리나라 연의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사각 장방형의 중앙에 방구멍이 뚫려있는 방패연이 대부분을 이루며, 어린이들이 날리는 꼬리가 달린 가오리연과, 사람·동물 등 여러가지 형태로 제작자의 창의성에 따른 입체성이 있는 창작연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 연은 외국 연과 같이 명칭에 따라서 연의 모양이 다른것이 아니고, 방패연에 색깔을 칠하던가 혹은, 색지의 모양만을 다르게 오려 연에 붙인 표시로써 어떤 특징을 나타내어 거기에 따라 일정한 명칭을 붙여 구별하기 때문에 문양으로 보면 연의 종류가 다양해진다.

이를테면, 연의 머리에 색지를 반달 모양으로 오려 붙이면 반달연이라 하고, 그 색지의 색이 검은 색이면 먹반달연, 푸른 색이면 청반달연, 붉은 색이면 홍반달연이란 명칭이 붙게 된다. 각 지방의 방언에 따라 같은 유형의 연이라도 조금씩 다르게 이름 지어진 종류도 있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기반은 바둑판연을 말하고, 묵액은 머리쪽에 검은색을 칠한 연이며, 쟁반은 접시같이 둥근 모양의 연이고, 방초는 방패 모양의 연, 묘안은 고양이 눈을 그린것 같은 연이며, 묘령은 까치 날개모양의 연, 어린은 물고기 비늘 모양의 연, 용미는 용의 꼬리 모양같이 길게 된 연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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