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도 벗어놓고 오직 스승의 뜻으로 살았어요"

" 제생의세를 실현하는 장으로 발전시켜 달라는 부촉 받들어
사람 농사 잘 지어라. 사람 농사 잘 지었지?
40여년 노력의 산물 … 효삼, 경옥고, 발효고려홍삼톤

의료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온 원광제약 김재백 회장(법명 법현, 78세). 그는 요즘 A4용지 4장에 이르는 참회기원문을 작성하여 매일 법신불 사은전에 기도를 올리고 있다.

그의 종교심이 그만큼 간절하다는 것이다. 참회생활로 20년 넘는 세월을 지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반성을 했어요. 그 전날 나와 인연된 사람들에게 혹여 기분 나쁘게 대하지는 않았는지 마음을 대조하고 반성했지요. 그런데 어느날 '반성으로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길로 아무도 모르게 불목교당에 내려가서 정성을 모아 참회기원문을 작성했지요."

그가 내민 참회기원문에는 치열하게 살아온 그동안의 삶과 사랑하는 가족, 주변의 인연들에 대한 오롯한 마음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그는 참회를 하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단다.

이처럼 흐트러짐 없는 자기관리는 참회생활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그의 자세는 병마를 이기는 비법이다. 원광대 의료진을 철저히 믿고 따랐던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는 2월25일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에서 3주간 '효삼해외어학연수'를 마친 학생들을 만났다. 최근 건강상 일체 외부접견을 사양해 온 김 회장이 학생들에게만 특별히 허락한 자리였다. 그날도 오후에 김 회장은 한차례 큰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대산종사님이 늘 '인농(人農)'을 강조하시면서 '사람 농사 짓는 것이 최고'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어학연수도 그 뜻을 받드는 작은 심정으로 시행하게 된 것입니다. 교단이 세계화를 하려면 영어를 비롯해 다른 나라 언어를 잘 알아야 합니다. 때마침 교육부 측에서도 강력한 의지가 있어 시행이 됐습니다."

옆에 자리를 함께한 박용정 교무(원광제약 사장)에게도 "지원을 한 번에 끝내지 말고 언어에 소질이 있고 능한 사람을 재평가해서 재교육시킬 수 있는 대안을 연구하라"며 당부 했다.

김 회장이 원광제약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효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교단 인재관리와 관련이 있다.

이 효자 상품으로 김 회장은 교단의 장학사업인 효삼어학연수생들을 선발하여 지원하고 있다. 예비교무들 중에서 선발된 효삼장학생들은 2회에 걸쳐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에 6명, 캐나다에 4명, 일본에 2명으로 총12명이 어학연수를 다녀올 수 있었다.

"세속 친구들은 모두 부자되는 법을 알아서 물질의 풍요를 누리며 '너는 여지껏 약가루만 만지고 사느냐'고들 하지요. 그러나 결코 후회하지 않아요. 그렇게 만졌어도 지금도 이 일이 좋아요. 다만 대산종사님의 하명으로 시작한 원광제약을 더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래서 '원광제약 좀 잘 되게 해 달라'고 서원하고 있어요."

그가 원광제약에 각별히 애정을 쏟는 이유는 '제생의세를 실현하는 장으로 발전시켜 달라'는 대산종사의 유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김 회장은 대산종사와의 인연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했다. 원기50년 대산종사로 부터 법명을 받은 이후 교단의 순박함에 빠져 들었다. 김 회장은 순박함은 순진함과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소남훈련원을 원불교 훈련도량의 거점으로 삼고자 했던 대산종사님이 자주 완도에 내려와 손수 터를 닦으셨어요. 제가 원광대학에 약학대학을 설립하고 교수로 재직하고 있을 때에는 대산종사님이 저를 볼 때마다 '사람 농사 잘 지어라. 사람 농사 잘 지었지?'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소남훈련원은 김 회장의 부친인 소남 김정광 교도로 부터 비롯됐다. 완도에 있는 5만3천여㎡의 땅을 원불교에 희사한 이후 오늘날 원불교 훈련도량으로 각광을 받고있다.

대산종사가 김 회장에게 들려 준 법문은 사람을 교육할 때는 농부가 농사를 짓듯이 온갖 정성을 다 하라는 깊은 의미가 있었다. 그때 그는 다른 어떤 말보다도 '인농'이라는 말에 더 감화를 받았다.

"종교에 있어 신앙이라는 것은 학문적으로 이해하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평소 종교에 대해 많은 의문을 품고 살면서 여러 학자들에게 자문도 구하고 대화도 나누었지만,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어요. 그런데 대산종사님을 뵙고 성자가 이해한 것을 믿는 것이 신앙이라는 것을 깨치게 되었습니다. 비로소 사람이 되었지요."

그때부터 김 회장은 스승의 말에 두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분별하지 않았고 시비 걸지 않았다. 부친인 김정광 교도가 완도소남훈련원 부지를 두 마음 없이 교단에 희사했던 마음이나 그가 스승을 향한 일관된 마음은 모두 신심으로 통했다.

그후 그는 전액 사재를 출연해 의료법인 대산의료재단 익산병원을 설립하고 또한 교단의 명을 받아 주식회사 원광제약을 경영하고 있다.

"병원과 제약회사는 경영방법이 달라요. 원광제약은 박용정 사장과 직원들이 성실히 잘 해나가고 있어서 저는 유지점검만 하고 있어요.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언젠가는 하나씩 이루어지리라 생각해요. 반면 병원은 의사들의 뜻에 의해서 많이 좌지우지 되지요. 저는 다만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만 만들어 주고 다른 직원들의 교육을 열심히 시키고 있어요."

현재 병원이나 제약회사나 모두 전 직원들이 성실하게 임해주고 있어서 굉장한 은혜를 받고 있다는 김 회장은 "동남풍이 조금만 불어주면 더 좋아지지 않겠느냐"며 허허 웃었다.

김 회장의 정성으로 '2005전주국제발효엑스포'에서는 원광제약에서 선보인 인삼으로 만든 제품 중 효삼은 우수발효식품으로 지정되어 식약청장상을 받았으며, 동시에 고려 홍삼톤, 보화옥고, 경옥고 등 많은 제품들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효삼'은 관련 특허를 획득하는 등 싱가폴국립암센터 세미나에 참석, 익산병원임상연구회를 비롯한 동경식품박람회 등에서 우수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2009년 4월까지 전북대 임상지원센터에서 항당뇨 기능성에 대해 임상중이다.

'효삼'은 김 회장이 40년 넘는 노력으로 직접 개발한 획기적 제품으로, 항암치료 및 항당뇨치료와 면역력 증가, 육체피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논문이나 임상실험에서 확인되면서 꾸준히 사람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김 회장이 여한 없이 살아온 세월을 봉사와 사랑으로 아름답게 장식해 가고 있는 것도 입교 후 대산종사로 부터 받든 법문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것도 인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대담 : 천지은 기자 chun@wonnews.co.kr
사진 : 이성심 기자 lss@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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