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하는 사람에게 정년은 따로 없어···"

원티스에 도움되는 글귀 올려
독서를 통해 사고유연성 키워

"긴 겨울을 지나 대각전 앞 청매가 살그머니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3월, 원불교 문학과 역사 발전을 위해 한 뜻으로 살아온 김학인 교무를 만났다.

퇴임식을 10여일 앞두고 총부 '운수의정'에서 만난 그는 앉을 자리를 정해주고 매실차를 권했다. 총부에서 재배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주위와 쉽게 어울리면서도 한 행동 한 말씀 모두 뜻이 있었고, 어떤 품격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파격이 있었다. 오랜만에 여백이 있는 삶, 향기가 나는 삶과 마주했다. 그는 조용한 성품만큼 초창기 원광대학교, 동산선원, 원불교역사박물관에서 봉직하는 동안 궂은 일 마다 않고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 길이 분명 외롭고 고단했을 텐데 그는 단 한 번도 탄식하지 않고 안달하지 않으며 할 일을 해 왔다.

그동안 교단과 함께하면서 느꼈던 점을 들려 달라는 요청에 그는 원불교 교법의 우수성, 대종사님의 혜안, 정산종사님의 스승을 섬기는 인품 등을 술술 풀어 놓기 시작했다.

"일찍이 대종사님은 우리나라를 어변성룡이라 예견했지. 일제의 암흑기에서도 우리나라가 정신의 지도국이 된다고 전망하셨어. 얼마나 놀라운 일이야. 더욱이 정산종사님과의 만남은 학연·지연·혈연을 초월한 만남이야. 희망의 리더십으로 만났지. 모든 것이 승화되었어. 그래서 나는 이 회상에 출가했다는 행복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

그만의 짧은 문장과 쉬엄쉬엄 이어지는 나지막한 음성은 마치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그런 그가 몇 년째 정열을 쏟는 일이 있다. 책을 읽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귀를 뽑아 원티스 '우리교무님'에 게재하는 일이다.

"공유하고 싶었어. 반백년기념관 설교단상과 원티스는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 일관되게 해 오니까 관심을 갖는 이들의 조회수가 꾸준히 늘고 있어."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쓰면서 군대에 갈 때도 책을 한 짐 짊어지고 갈 정도로 평생 손에서 책을 놓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나에게는 두 개의 숲이 있어. 하나는 우주자연이라는 그윽한 숲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지성의 정수라는 책의 숲이지. 특히 서재라는 숲에는 인류문화사에 존경받는 위인들의 인격과 숨결이 있어. 어쩌면 독서는 목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는 단비와도 같은 거야."

그의 독서예찬은 쉬이 끝나지 않았다. 결국 독서를 많이 하게 되면 독서력이 생겨 무슨 일에서건 선택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안목과 식견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외경에 흔들리지 않는 철주중심의 주체성이 확립되면 사고가 유연해지며 파격적인 풍류의 멋을 알게 되지. 대종사님은 18년이라는 오랜 정진 끝에 대원정각을 이룩하셨어. 우리 또한 그만큼 혹독한 훈련과 환골탈태하는 치열한 자기 수행이 있어야 하겠지. 죽음도 불사하는 시련을 딛고 일어선 사람만이 바로 생사해탈 자유인이 되는 거야."

그는 매일 아침 기도정진을 비롯하여 소박하고 진솔한 법열의 삶에 몰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에게 문학은 대종사님의 대원정각에서 비롯된 그 위대한 깨달음과 인류구원의 새 회상 창립정신에 있어. 청풍월상시 만상자연명의 오도송이 정신개벽의 함성으로, 여기에서 다시 게송으로 메아리치고 있어. 지금 우리 후진들이 그 웅대한 법맥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기 이를 데 없어."

이러한 새 봄에 원불교문학 예술계에 던지는 김 교무의 간결하고 절절한 메시지가 있다면, 그의 시 '도반'이다. 이 시에서는 쉽지 않은 출가 서원의 길에서 만난 그의 인생철학과 저력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우리 있는 그대로 진솔하면 되는 거야. / 봄 여름 가을 겨울 희노애락 한 세상을 / 어디서나 한 그루 의젓한 인간 상록수이어라. / 가슴가득 텅 빈 충만의 기쁨이면 되는 거야 / 순 역경 세찬 물결 흥망성쇠 인생길을 / 천상천하 어디에 걸림이 없는 자유혼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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