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교수의 음악산책 3

생생 약동하는 봄 기운이 온누리에 가득하다. 겨우내 움추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를 들으며 봄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생명의 계절 봄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음악은 역시 비발디의 '사계'중 '봄'이다. 이 곡은 상큼하고 힘찬 멜로디가 심장을 뛰게 하고 일상에 빠진 우리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비발디는 17세기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후기 바로크 시대 기악 음악에 큰 영향력을 미친 바이올린의 거장이었다.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사계 중에서 봄은 경쾌한 빠르기로 우리에게 인사한다. 사랑을 갈구하는 듯한 새의 노랫소리, 나른한 목동의 기지개 켜는 소리, 주인을 따라 봄놀이 가는 듯한 개 짖는 소리, 곳곳에서 새순을 내미는 뭍 생명들의 약동하는 모습을 너무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봄을 시적으로 표현한 봄 노래는 어떠한가? 성악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불러보게 되는 슈베르트 작곡의 '봄의 신앙'이 있다.

예쁘고 소박한 독일 가곡인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부드러운 바람, 눈 뜨고 밤낮으로 솔솔 불어와 만물이 소생하네 / 그 향기와 소리 신선해. 아! 새로워라. 걱정하는 마음 날려 보내리 / 이제 모두 달라지리. 날마다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끝없이 꽃이 피네 / 슬픈 마음은 잊어 이제 새날이 오리니. 희망과 설레임이 느껴지지 않는가'

한편 우리 가곡 김동환 작곡의 '그리운 마음'은 얼마나 애절한지….

'바람은 불어 불어 청산을 가고, 냇물은 흘러 흘러 천리를 가네 / 냇물따라 가고 싶은 나의 마음은 추억의 꽃잎을 따며 가는 내 마음 / 아! 엷은 손수건에 얼룩이 지고, 찌들은 내 마음을 옷깃에 감추고 가는 삼월 발길마다 밟히는 너의 그림자'

선율과 노랫말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가슴 속 깊이 그리움을 자아내는 곡이다.

필자는 몇 해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 목이 메어오고, 눈물이 흐르는 것을 겨우 추스르며 연주를 마친 경험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애절하고 가슴이 미어지지만, 그리워 할 수 있는 대상이 있고 그러한 마음이 있다는 건 메마른 세태에서도 행복의 샘을 마르지 않게 하는 원천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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