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부처 프로그래밍

"그렇게 재미있니?" 꽤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어린 아이가 책에 몰입해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물었다. 잠시 고개를 드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하며 다시 책속으로 들어간다. 글자를 익히기 시작하면서 날마다 조금씩 배우는 기쁨을 아는지 요즈음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한단다. 아이가 보던 책을 펼쳐 보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아이에 비해 수준이 높다고 여겨졌지만 보고 있으려니 내가 보기에도 정말 재미있다. 재미있고 즐겁게 책을 볼 수 있도록 하는 학습방법이 효과적이라 생각되었다. 어른인 나조차 흥미를 보일 수밖에 없도록 하니 말이다.

원불교의 훈련은 이처럼 재미와 즐거움으로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필요한 학습방법이다. 무엇을 기초한 학습인가. 일원상 진리에 기초한 학습이다. 일원상의 신앙과 수행을 제대로 하기 위한 학습인 것이다. 일원상 진리를 몸과 마음으로 체득하여 활용하기 위해 배우고 익히는 구체적인 방법이 바로 원불교 훈련법이다.

일원상의 진리는 마땅히 신앙하고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진리를 열심히 믿고 보은하며 감사생활을 하는 것은 신앙생활의 과정이다. 정신을 수양하고, 사리를 연구하며, 작업취사를 원만하게 하는 것 또한 수행의 과정이다.

훈련은 이와같은 신앙과 수행을 가장 재미있고 즐겁게 나의 것이자 나의 생활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재미를 맛보며, 어려운 문구는 몰라도 인생의 숨겨진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기쁨도, 작은 실천이 만들어주는 즐거움도 훈련을 통해 확인해갈 수 있다.

훈련은 일정한 기간 동안 구체적인 훈련과목에 의하여 진행하는 정기훈련과 일상생활 속에서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끊임없이 하는 상시훈련으로 구분된다. 형식과 방법에 있어서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이 구분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훈련은 자기가 자기를 스스로 가르치고 단련하고자 하는 서원이 가장 소중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은 같은 것이다.

훈련은 교법(진리)을 배우고 익혀감으로써 내가 참된 나일 수 있음은 물론 나를 둘러싼 우리 모두가 같이 새롭게 눈뜰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훈련하면 한 사람이 부처가 되고, 열 사람 백 사람이 훈련하면 열 사람 백 사람이 부처가 될 수 있다. 하면 할수록 재미와 즐거움이 새록새록한 부처 만들기 프로그래밍, 복잡한 문제 때문에 골치 아플 때 가장 먼저 훈련을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지혜로운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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