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바다 드넓은 품, 희망 건져 올린다

교당 문턱 다 닳겠네-어린이방과후교실 운영
은연중 모여들어 도움 주는 인연들 찾아와
옥선빌딩, 남해교화의 든든한 밑거름 될 터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보물섬 남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흡사한 남해대교를 건널 때 내 심장은 왜 그리도 빠르게 콩닥거리던지. '바다 위를 무사히 건너 갈 수 있을까'하는 괜한 걱정만 한 가득이다.

조심스레 남해대교를 건너자 환한 벚꽃이 가는 곳마다 꽃 대궐을 이뤘다. 또 파란 어린 싹들이 얼굴을 내민 봄 산. 보물섬 남해는 육지와 달리 이미 봄이 벙그러졌다. 새봄을 더 활기차게 단장하는 곳 '원불교 남해교당'과 '원광어린이집.'

남해교당을 방문한 날엔 우연찮게 법당에서 올해의 첫 생일잔치가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 생일파티의 주인공은 8명. 색동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공주들과 왕자들의 생일파티. 사뭇 긴장한 그들의 모습에서 '생일파티 첫 주연의 어색함이 엿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목청 높여 불러주는 생일 파티 공연에 긴장했던 어색함도 스르르 녹아난다.

이원선 주임교무(어린이집 원장)는 원아들에게 정성스레 포장된 선물을 주며 꼭 껴안아 준다. "생일축하해요. 건강한 어린이로 씩씩하게 커야 해요." 이 원장의 선물에 활짝 웃는 원아들. 수줍은 듯 입꼬리가 귀에 걸리는 순간이다.

남해교당은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고가는 곳이다. 주중에는 어린이집 아이들과 방과후어린이교실, 주말에는 교도들과 어린이, 또 이제 긴 잠에서 깨어났다는 교도들.

쉴사이 없이 재잘거리는 원아들의 시끌벅적한 수다도 어쩌면 모두 희망의 소리이다. 교당에 사람을 연결시키는 가교가 되기 때문이다. 마치 남해대교처럼 말이다.

이 교무는 어린이집을 통해 자모들이 감동받고 있는 점을 소개했다. "우리 어린이집의 특별한 것은 정성스레 준비하는 '주간교육계획안' 이예요. 매주 교육계획안에 한 주 동안 원아들의 활동사진을 컬러 프린터해서 집으로 보내죠. 그러면 자모들은 내 아들 딸들 얼굴이 있는데 어떻게 버리겠느냐고 못 버린다네요." 그렇게 모으다보니 1년의 교육계획안이 바로 자료집이 되었단다.

또 마음공부 수업도 진행 해 원아들 일기를 묶어서 자료집을 만들기도 했다. 간혹 엄마 아빠가 다투기도 하는 날엔 원아들이 먼저 마음공부를 들먹거리며 부모들을 달래기도 한단다.

변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자모들도 어린이집에 당연 우호적이다.
어느 날 한 자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교무님! 제가 꽃꽂이를 했는데 보내드릴까예." 이 교무는 두 번 생각지 않고 "아주 좋다"고 했다.

이후 그 자모는 꽃꽂이 수업을 하면 늘 법당에 꽃을 가져다 놓아 교당 행사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꽃이 필요할 때면 그 자모에게 전화를 해요. 작게 하는 꽃은 복 짓는 일이라며 그냥 꽂아 주기도 하죠."

이렇듯 남해교당에는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인연들이 차츰 나타나고 있다. 사실 교당 교화단이 잘 짜여져 교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 두 명의 인연이 그 많은 역할을 해 가며 한 사람 두 사람…. 그렇게 자석에 쇠가 달라붙듯 인연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하는 이 교무.

요즘 남해교당에서는 오후 1시만 되면 법당이 떠들썩하다. 방과후교실 어린이들이 몰려오는 시간이다. 이 교무는 어린이법회 탄생 배경을 말했다.

"방과후교실은 운영한 지 딱 1년이 되었네요. 어린이집 놀이터에 놀러오는 아이들은 참 많았죠. 그런데 우리 교당에 어린이법회가 없었어요. 지금까지 17회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어린이 법회가 없으니 보람이 없더군요. 그래서 아이들을 어떻게 오도록 할까 생각하다가 '방과후교실'을 열게 되었죠."

어린이법회는 김광훈 교도가 맡아서 본다. 김 교도가 없었다면 지금의 남해교당은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 김 교도는 어린이집 과장으로 있으며 교당의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아서 진행한다. 어린이 법회와 청년법회, 일반법회 사회, 어린이집 차량운행 등 부교무의 역할을 소리없이 척척해 낼 정도이다.

김 교도에게 어린이법회 잘 운영해 가는 비결에 대해 물었다.

"교무님이 한마디 해주시면 그대로 따라하죠. 아이들에게 교리를 쉽게 설명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교리가 차차 스며들어 탁한 마음이 사라지고 열린 마음을 보았을 때, 또 마음공부를 통해 변해가는 모습을 보일 때 보람을 느낍니다."

또 청년법회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단다. 그는 어린이집 교사들과 함께 청년법회를 진행한다.
"법문을 많이 읽고 회화를 하며 법회에 관한 의견을 접수하죠. 그래서 법회를 다양하게 준비합니다." 다과법회나 회화법회를 하니 소통이 되어 법회시간이 기다려진다는 청년들. 김 교도는 이제 교무님을 도와 일반과 청년법회에 비전수립을 할 계획이다.

교당업무와 유치원 업무로 자꾸 업무영역이 넓어져 가지만 힘들지는 않다는 김 교도.
"항상 복 짓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또 전생의 업을 씻어내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늘 기쁘게 할 수 있어요."

남해교당은 부교무가 없어 많은 업무들을 김 교도가 해 주고 있어 교당 운영이 한결 수월하다고 한다.
요즘 이 교무를 바쁘게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지난 해 7월 희사받은 옥선빌딩에 관한 여러 가지 업무이다.
▲ 김기덕·김춘석 교도가 남해지역 교화발전을염원하며 희사한 옥선빌딩.
옥선빌딩은 부산 대신교당에 다니는 김기덕·김춘석 교도(김도연 교무 부모)가 일구월심 고향 남해교당의 교화발전과 후진양성을 염원하며 희사한 건물이다.

지하1층 지상4층으로 현재는 임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문화센터나 복지관련 일을 추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말을 꺼내보는 이 교무.

"지금 당장은 어렵고 2~3년 후에는 희사해 주신 분들의 뜻에 따라 빌딩을 운영해 차츰 교화가 살아 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 사람 한 사람 화합의 기운이 가득한 남해교당. 날마다 유치원생들과 어린이들이 들락날락- 활기차다. 아직 어린 씨앗들이기에 더욱 더 알찬 미래를 꿈꾸며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마치 남해바다의 새벽녘에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떠나는 배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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