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교수의 음악산책 4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중략/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박목월 시인은 4월이면 누구나 갖게 되는 정서를 정감어린 시어로 우리들의 심금을 적셔주고 있다. 대지의 웃음꽃이 온 누리에 만발한 4월은 누구에게나 사랑과 그리움을 자아내게 하는 시절이다. 목련화와 진달래가 뜨락과 산등성이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면 아련한 옛 추억이 그리워져 누구에겐가 편지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사랑의 편지를 노래한 걸작으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3막에 나오는 편지의 2중창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곡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어느 알마비바 백작이 부인과 애정이 식어져 갈 무렵 깜찍한 하녀 스잔나에게 연정을 갖고 접근하게 된다. 그 무렵 스잔나는 피가로라고 하는 청년과 결혼을 약속한 상태이다. 남편의 엉뚱한 계획을 감지한 백작 부인은 스잔나와 지혜를 모아 백작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한다.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올 때 소나무 정자 아래서 기다리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마치 스잔나가 쓴 것처럼 하여 백작에게 전달한다. 백작은 들뜬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나가 스잔나의 옷차림으로 기다리던 부인에게 백작이 사랑을 고백하려던 순간 자신의 아내임을 알게된다. 멋쩍어진 백작은 아내에게 용서를 빌며 다시금 사랑을 맹세하게 되고, 피가로와 스잔나는 주위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편지의 2중창'은 영화 '쇼생크 탈출'(1994)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더욱 사랑받게 되었다. 아내를 살해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온 전직 은행원 간부 앤디는 성실한 수감 생활태도로 교도소장의 신임을 얻게 되어 그의 돈관리 업무를 맡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교도소장이 외출을 하게 되어 앤디는 방송실에 들어가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편지의 이중창'을 틀게 된다. 갑자기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운동장에 모여 있던 모든 죄수들은 무슨 곡인지는 모르지만 소프라노 두 사람의 아름답고 청아한 이중창에 넋을 잃고 잠시나마 영혼의 평온에 빠져드는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정녕 4월은 사랑과 그리움의 계절이자 깨달음의 계절이다. 날로 푸르러 가는 신록의 생명기운과 함께 원음의 메아리가 온 누리에 힘차게 울려 퍼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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