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당으로 열린 새 길, 정신문화 활짝 피우리

▲ 한지선/ 소설가

"안동교당 자리는 최고인데 다만 지대가 높아 좀 불편하기는 하다. 그러니 새로 부임해서 가거든 길을 하나 내라. 교무 힘으로 안 되거든 그 길을 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

안동교당에 고진양 교무가 부임 시 내려주신 좌산상사의 일침이다.

고 교무는 교당에 부임하기 전까지 안동교당을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교당이 어떤 자리이기에 그러실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막상 부임해서 보니 정말 길이 나야 했고, 어르신이 걱정할 만 했다.

교당 뒤로 영남산이 버티고 있고, 교당으로 통하는 길은 계단 뿐. 어린이집 원아들부터 80세 어르신들까지 모두 그 계단을 공부심으로 때론 힘겹게(?) 오르고 내렸다.

고 교무는 5월17일 열린 새길 축하법회에서 "진리는 외면하지 않고 저희 교당에 결실을 주셨다. 진심으로 사은님께 감사드리며, 보은하며 더 열심히 교화대불공으로 매진 하겠다"고 가슴 뭉클한 감사 인사를 했다.

▲ 한지선/ 소설가
교당 신축과 계단의 추억

교당 마당까지 차량이 드나 들 수 있다고 축하법회 보는 교당은 아마도 안동교당 뿐이지 않을까. 하기야 그토록 고대하던 길을 냈으니 그럴 법도 하다.

교당 뒤, 상지대학의 협조와 안동시에서 길을 낼 수 있도록 모든 공적절차를 밟아 지난 5월 초 70여 미터 도로를 개통한 것이다.

이 길이 나기 전, 교당 법당에 도착하려면 195계단을 올라야 한다. 단숨에 오르기는 벅찬 계단. 그래서 원로교도들은 일요일 법회 때 계단을 오르내리며 새 길에 대한 염원을 놓지 않았다.

새 길이 나고부터 원로 교도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어깨에 무거운 짐 하나를 툭 부려 놓은 듯해요.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겨울에 눈이 내려도 이제는 걱정이 없어요." 교도들마다 새 길에 대한 소망하나씩이 있다. 여름엔 더위에, 겨울엔 눈과 얼음, 비 오면 우산과 지팡이 때문에 불편했지만 모든 것을 감수하면 기도일심으로 계단을 왕래했다. 교당에 보관해 둔 앨범을 들쳐보면 그 간절한 흔적들이 수북하다.

최강연 교무(경장교당)는 높은 지대에 교당 신축을 진두지휘 했다며 당시 현장을 말했다. "모래를 빨간 고무대야에 퍼 담아 머리에 이고 나르던 일, 언덕에 쭉- 늘어서서 기와를 올리던 일, 등굣길에 초등학교 학생들이 신발주머니에 모래를 넣어 옮겨 주던 일, 로타리클럽 회원과 안동공고 야간반 학생들이 모래 한줌씩을 꼭 가지고 올라왔죠." 심지어 군인들도 와서 모래와 자갈을 옮겨 줬다고.

한 원로교도는 일요일 법회 때 마다 "그 높을 데를 우예 올라갈꼬 생각하면 교당에 못 올낍니더. 하지만 오늘도 등산하러 간다고 생각하면서 법당에 수월케 올 수 있십니더"라며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말했다.

▲ 한지선/ 소설가
열린 새 길 축하 마당


그렇게 높게 솟았던 산이 깎여 대로가 되었다. 차가 교당 마당까지 들어온다. 교도들에겐 이 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 있을까.

5월17일 열린 새길 축하법회에 김휘동 안동시장이 참석했다. 서울에서 법회 참석을 위해 새벽 빗길을 뚫고 왔다는 김 시장은 "안동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이다. 원불교는 교단 초기 계몽운동으로 농촌에서 교육, 복지, 문화로 주민들과 한마음으로 호흡한 종교이다. 그 힘으로 지금 외형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내적으로 정신교육을 선도하며 미래 안동정신의 구축을 함께 해 온 셈이다"고 말했다. 이는 내적 성숙을 지향하는 정신문화의 코드가 같다는 의미이며, 안동에서 원불교의 역할도 한 몫을 했다는 말이다.

김 시장은 "고심하던 새 길이 났으니 그 길을 열심히 오가며 모든 사람들이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하기를 기원한다"고 축사를 했다. 교도들이 김 시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꽃다발로 전했으나 기필코 사양하기를 여러번, 결국 꽃다발을 받아 교무님께 전하는 아름다운 광경도 연출했다. 이어 새 길이 열리기까지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는 허승진 교도에게는 감사패를 수여했다.

이날 축하 법회는 김여솔 어린이 교도의 벨리댄스 공연과 90세 된 권복혜원 원로 교도의 독창, 어린이집 원아들의 율동, 교당 청운회의 중창이 함께 해 축하 열기를 더했다.

또 초대교무 장혜성 원로교무의 축사와 나상호 교무(기획실장)의 설교, 최강연 교무와 황영진 교도의 회고담으로 90분 기획한 법회가 3시간 동안 진행 되는 이변도 일어났다.

늘리자 200, 세우자 문화센터


이제 안동교당은 원불교100년 비전을 향해 달리고 있다. 출석교도 200명 목표, 문화센터 건립을 교당 비전으로 정했다.

이에 원로 교도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교당에 출근한다. 안동 전통생칼국수를 만들기 위함이다. 칼국수를 팔아 교당 문화센터 건축기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4월부터 칼국수 판매를 시작한 원로단의 건축기금 통장 잔고는 현재 백만원을 훌쩍 넘겼다.

안동 전통생칼국수는 생콩가루를 넣어 특유의 쫄깃한 맛이다. 원로단원들은 밀가루 반죽, 밀기, 썰기, 포장하기를 세분화 시켜 각각의 달인이 있다. 400g 한팩에 2천원, 매주 80팩도 만들고 50팩도 만든다. 벌써 타 교당에서 주문도 들어온다고. 입맛이 떨어지는 여름날 이 국수를 한 번 맛보면 입맛이 돌아온다는 후문도 전한다.

한 원로교도는 "나는 직접 참여를 못해서 밀가루 구입하라고 성금을 냅니다. 돈으로 내는 사람, 토요일에 국수 만드는 사람, 또 판매를 잘 하는 사람 각각이죠. 교당 다니는 재미가 솔솔합니다"며 목소리가 점점 높아간다.

맛있는 칼국수를 만드는 손길이 바쁜 교도들. 지난해 법인절에 교도들이 법신불 전에 올린 한 줄 실천법문 서약문이 법당으로 오르는 계단에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법당을 다녀가며 늘 실천을 대조하는 교도들. 원기100년엔 열린 새 길 보다 더 기쁜 '무량 법사 승급식법회'를 준비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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