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일으키는 물건을 아시나요?

자연 바람 전하는 여름의 꽃 부채
편리함보다 멋과 여유를 알아야

 

▲ 추사 김정희 작품.

더위가 시작되는 단오에 부채를 선물로 주고받던 아름다운 풍속은 이젠 옛말이 되어버렸다.
무더운 여름에 더위를 식히기 위한 방법으로 바람을 이용했는데 그 도구가 부채이다.

부채(扇)는 순수한 우리말로 '손으로 부쳐서 바람을 일으킨다는 뜻'이 담겨있다. 옛날부터 아름답고 질이 좋기로 유명한 부채에 대한 유래와 우수성 그리고 선조들의 멋과 여유를 찾아본다.

부채의 서ㆍ화 풍습
부채면의 글과 그림을 그리는 것은 명나라 성화년간(成化年間)부터 시작되었다.

'당나라때는 단선이었으나 성화년간(1465~1487)접부채에만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썼다' 한 것으로 보아 명나라 성화년간부터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제나라때에도 부채의 산수를 그린 것이 있었다. 양나라 흰 부채에 글씨를 썼다고 전하고 있다.

제나라때 역표지(役表之)부채에 손분 이라는 사람이 산수를 그렸다 하며, 우리나라는 고려 고종 19년(서기1232) 4월에 상장군 조숙 등을 원나라사신으로 보낼 때 화입선(畵入扇)을 보낸일이 있었다 하니 그 역사의 오래됨을 증명하고 있다.

부채사용의 풍속과 용도
여름철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로만 사용한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불을 붙일 때, 눈 아래를 가릴 때, 결혼식 때 얼굴을 가리는 도구(신랑은 청색, 신부는 홍색), 무녀들의 행사 때 춤꾼이 춤출 때나, 국악이나 창을 할 때 , 줄을 탈 때 균형 잡이로 춘하추동 사용이 되었다.

▲ 경산 정원용 작품

자루가 길고 둥근 부채는 시중드는 아이가 부치는 큰 부채로, 햇볕을 가리는기능으로도 사용되었다. 또한 인간에게 여덟가지 덕을 준다하여 팔덕선이라 이름한 부채는 파리나 모기를 잡거나 쫒을 때 먼 길 갈 때 휴식처에서 깔개로 사용, 물건을 이고 갈 때 따리로도 사용되었고 물건을 놓을 때 받침대로도 사용되었으며, 쓰레받이로도 사용되었다.

이렇듯 부채는 조상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부채의 종류
방구부채(단선)의 오엽선은 선면에 굵은 부채 살 끝을 휘어서 오동나무 잎을 연맥과 비슷하게 만든 것 등을 부채살이 휘는 자체를 두고 붙인 이름이다.(오엽선, 연엽선, 태극선, 팔덕선 등 17가지)

접부채(접선)는 부채살의 수와 부채꼭지의 모양 장식품 등에 따라 이름을 붙였으며 무당부채는 선면에 일월 삼불, 팔선녀 등의 그림의 명칭에 따라 이름을 붙인 것이다.(백선, 유선, 변죽선, 합죽선, 춤부채, 무당부채 등 28가지)

 

 

▲ 경산 정원용 작품

 


옛날 단오가 가까워지면 여름철에 친지와 이웃 어른에게 부채 선물하는 풍속이 있었다.

이조말까지도 단오부채를 만들어 임금은 재상과 신하에게 선물하는 풍속이 있었다. 중국은 당나라 때부터 시작한 것으로 남아 있다.

부채의 일화
'깊은 겨울에 부채 주는 것을 이상히 생각마라.
너는 지금 나이 어리니 어찌 알랴마는
서로 생각하는 밤중에 가슴에 불이나면
홀로 6월 염천보다 더 하리라.'

이 시는 16세기 이조 선조 때 백호(白湖)임제(林悌)가 나이 어린 기녀에게 써준 칠언시로 뜨거운 사랑을 나타낸 이야기이다.

또 철종 때 추사 김정희가 부채에 글씨를 써 부채 장사가 덕을 보게 한 이야기도 유명하다.

김정희가 하루는 외출하였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부채 장사가 하룻밤 묵고 가기를 청하여 객방에 묵고 있었다. 그날 따라 심심도 한데다 조금 전 보았던 부채에 글씨를 쓰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 부채를 한아름 꺼내 놓고 글귀를 쓰기 시작하였는데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쓰고 말았다.

다음 날 부채 장수는 물건을 못 쓰게 만들어 놓았다 탄식이 대단하니 김정희가 말하기를 "이 부채를 팔 때에 추사선생이 쓴 글씨 부채라 하고 값을 부르면 모두 사갈 것이니 팔아보라"고 하자 그 부채 장수는 의심스러워 하면서도 거리로 나가 일러주는대로 하였더니 부채가 순식간에 다 팔렸다는 이야기는 아주 유명하다.

자연의 맛을 전하는 여름의 꽃
부채가 주는 공예적 가치와 선면에 그려진 산수와 서예는 오늘날 전자 과학이 주는 편리함보다 우리에게 지난 세월을 일깨우며 멋과 철학으로 장년에게는 추억을 청년에게는 시대의 흐름을 놓지 않으려는 보이지 않는 미덕으로 살며시 부채에 손길이 가는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가지고 좀더 자연의 멋을 아는 우리 조상들의 자손으로써 자연을 사랑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한다.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조금 편리함보다 멋과 여유를 아는 현대인이 되었으면 한다.

▲ 이일원 / 일준부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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