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교수의 음악산책 6

녹음이 짙어가는 6월이 되면 아련한 그리움이 물안개처럼 피어 오른다. 삶의 바른 길을 밝혀주신 스승님과 부모님, 그리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풀잎처럼 스러져간 수많은 호국 영령들에 대한 추모의 정이 저미어 옴을 느낀다.

이같은 인간의 원초적 그리움은 6월에 피는 꽃 물망초를 대하면 더욱 간절해진다.

젊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간직한 물망초는 유럽이 원산지이다. 독일의 전설에 따르면, 옛날에 도나우강 가운데 있는 섬에서 자라는 이 꽃을 애인에게 바치기 위해 한 청년이 헤엄쳐 갔다고 한다. 그런데 청년은 꽃을 꺾어 가지고 오다가 급류에 휘말리자 가지고 있던 꽃을 애인에게 던져주고는 '나를 잊지 말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녀는 떠나버린 애인을 생각하면서 일생동안 그 꽃을 몸에 지니고 그를 그리워하며 살았다는 애틋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전설을 지닌 물망초가 그리움의 상징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잡게 된 것은 이태리 영화 '물망초'에 나오는 E.D. Curtis곡 '날 잊지 말아라'라는 칸초네 때문이 아닐까?

'해도없이 추운 땅에서 제비는 떠나갔네/ 비올레의 향기로운 봄을 찾아/ 따뜻한 그의 보금자리로/ 내 작은 제비는 한마디 말도 없이/ 작별의 입맞춤도 남기지 않고 내 품을 떠났네/ 날 잊지 말아라 내맘에 맺힌 그대여/ 나 항상 널 사랑하고 나 꿈은 아직도 그대를 기다린다네/ 날 잊지 말아라.'

영화 속의 주인공은 당대 최고의 테너 가수로서 아내와 사별하여 아들을 돌보는 보모와 외로운 나날을 보내며 생활한다. 주인공 탈리아버니가 연주를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어린 아들은 잠들어 있고, 그럴 때면 아내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간절해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탈리아버니는 보모에게서 연모의 정을 느끼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그녀에게는 멋진 애인이 있었다. 연주회가 있던 어느 날 그녀가 애인과 함께 떠날 것을 알고 있는 주인공은 그녀가 기차 시간에 맞춰 공연장을 빠져나가자 눈물을 글썽이며 절절한 이별의 심정을 노래한다. 영화는 보모가 돌아옴으로써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애절하고 호소력 있는 멜로디는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칸초네이자 나의 애창곡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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