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식에서 찾는 여름철 보양식

더운 여름 원기 회복·영양 보충

 

▲ 닭고기 청포묵 냉채.

 

하지가 지났으니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라 해도 좋겠다. 우리들은 저마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통해 시원한 바람을 쐬고 냉장고를 열어 찬 음료를 마시면서 더위와 싸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원한 바람을 쐬고 찬 음료를 마시고 찬 음식을 먹어도 갈증만 더할 뿐, 더위는 쉽게 가시지 않아 여름이 깊어갈수록 더욱 찬 것에만 집착하게 된다.

여름철에 우리의 몸은 밖의 열기로 인해 많은 땀을 흘리게 되며 한 없이 축축 늘어져 일에 대한 의욕도 반감된다. 몸 밖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우리의 몸 안은 열이 성해지므로 땀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는데, 그때 몸속의 양기도 같이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며 그로 인해 몸 안의 진액이 손상되고 기가 허해져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여름철에는 찬바람이나 찬 음식보다는 소모된 양기를 보충해주고 더위로 인해 생긴 심장과 폐장의 열을 식혀주며 땀으로 손상된 진액을 생성시키고 보충해 주는 보양식이 필요하다.

여름을 건강하게 나기 위한 대표적인 약선으로는 삼계탕이나 생맥산 등이 있지만 늘 먹는 음식이라 변화를 원한다면 닭고기청포묵냉채를 권하고 싶다. 잘 손질한 닭을 인삼, 황기, 대추, 마늘을 넣고 삶은 다음 살을 발라 식힌 뒤 채 썰어 준비한 청포묵, 오이, 숙주나물 등과 함께 새콤달콤한 오미자소스에 버무려 먹는 음식이다. 이때 쓰인 재료 중 닭과 마늘, 대추 등은 더위로 지치기 쉬운 몸에 영양을 공급하고, 인삼과 황기는 더위로 소모되는 원기를 돋우며 손상된 진액을 생성한다. 청포묵과 숙주나물은 더위를 식히고 열독과 갈증을 없애며 오이와 토마토는 진액을 생성하고 더위로 인한 갈증을 없애며 소변을 이롭게 한다. 냉채의 소스에 사용되는 오미자는 더위로 인해 땀을 흘려 손상된 진액을 생성하며 흩어지는 양기를 끌어 모은다. 그러므로 더운 여름철에 더없이 좋은 음식이 닭고기청포묵냉채이다.

앞서 가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여름을 건강하게 나는 약선음식은 선조들의 식생활에서 배울 수 있다. 우리의 조상들은 뭐든 시원하게 보관해주는 냉장고가 없어도 제철에 나는 과일이나 채소를 먹으면서 그깟 더위쯤 거뜬하게 이겨내고 살았다. 쌀이 떨어져 먹을 것이 없던 보릿고개가 지나고 보리타작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여름도 같이 시작된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도 시들지 않고 싱싱하게 자라며 몸 안 가득 수분을 담아가는 수박과 참외가 익어가고 그 곁에선 태양의 붉은 기운을 고스란히 담은 토마토도 영글어 간다. 텃밭에서는 열무와 오이와 가지들이 자라고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초록 가득한 세상이다. 우리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푹푹 찌는 더운 여름에는 더운 성질을 가진 육류는 되도록 피하고 서늘한 기운을 가진 보리밥을 열무김치에 비벼 오이냉국과 함께 먹고 참외나 수박을 우물에 넣어두었다가 후식으로 먹으며 살았다. 조상들의 그런 밥상이야말로 여름 더위를 물리치는 더없는 약선 밥상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조화롭고 자연스러운 제철음식으로 더위를 이겨내지 않고 냉장고 속의 찬 음료만을 지나치게 즐긴다면 비위가 손상되어 복통이나 설사 등의 병이 생길 것이 틀림없다.

▲ 고은정 교수 / 온배움터 생명살림학과

■ 닭고기 청포묵 냉채 <재료 : 4인 기준>

중닭 한 마리, 인삼 15g, 황기 20g, 대추10~15알, 청포묵 1 모, 오이 2개,숙주나물 200g, 마늘 약간,
토마토 2개, 파프리카 2개 (빨강, 노랑), 오미자청 (오미자효소, 소금, 집간장, 설탕과 식초 약간)

<만드는 법>
손질한 닭을 인삼, 황기, 대추, 마늘과 함께 약 40분 정도 삶아 살만 발라낸다.
토마토는 반달썰기를 하고 나머지 재료들은 채 썬다. 접시에 담아 오미자청과 함께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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