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인심, 지역 밀착형 교화의 저력

▲ 일요법회에 참여한 교도들. '화천교당의 발전을 위하여, 힘차게~'를 외치고 있다.

농번기임에도 화천교당 법당에 놓인 방석엔 빈자리가 없다. 좀 널찍하게 앉아도 될 터인데 촘촘히 다정스레 앉아 법회에 임하는 교도들.

"아이구 어서오세요!" 반갑게 교도들을 챙기며 손을 잡아 법당으로 안내하는 임영철 교무. 교무님과 만나는 교도들의 얼굴엔 금방 화색이 돌고, 벙그러진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다. 한 주간 뭐 그리 기쁜 일이 많았을까? 일요일 아침, 미주알 고주알 교무와 나누는 법담과 정담에 한여름 더위도 쉬어간다.

지역사회, 일등 봉사활동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무공해 땅 화천은 여름엔 물의 나라, 겨울엔 얼음의 나라가 된다. 그래서 축제도 많다. 산천어 축제, 비목문화제, 뗏목(쪽배)축제, 용화축전 등. 그런데 이 축제에 화천교당 원봉공회가 없으면 안 될 정도이다. 화천군청에 봉사활동 단체등록을 해 활동하고 있는 원봉공회는 빈번히 열리는 축제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도배봉사 등에 늘 부르는 대상 첫번째이다.

이원명 교도(63·봉공회장)는 "군 관계자들이 우리 봉공회가 봉사를 해 주면 뒷마무리까지 깔끔하고 완벽하게 해 주니 너무 좋다고 합니다"며 은근히 자찬을 한다.

자화자찬이라지만 사실이다. 쓰레기 분리수거와 행사 안내, 봉사센터에서 손 빠지는 곳이 있으면 언제든지 앞장선다.

임 교무는 "원불교가 화천에서 인식되는 데에 봉공회의 봉사활동이 많은 역할을 했어요. 다만 일요일에 축제를 많이 해서 법회와 겹친다는 애로사항이 있기는 해요"라며 군내 봉공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또한 자체적으로 장애인의 날 음식공양과 연말에 김치봉사 활동을 빼 놓지 않는다.

이와 함께 화천 보은의 집이 운영되면서 미용봉사와 목욕봉사도 쉬지 않는다.

김화원 교도는 "할머님들이 우리 딸도 안 오는데 자주 와 줘서 고맙고, 우리를 깨끗하게 해 주니 늘 감사하다"며 "내 자식보다 낫다"고 말하곤 한단다. 봉사를 통해 격의 없이 할머니들과 함께 한다. 김 교도는 "4시간 정도 목욕봉사를 하면 봉사 인원이 많지 않아 힘이 빠지고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도 나이 들면 이렇게 누군가가 와서 해 주겠지하는 위로를 하다보면 힘든 것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봉사를 통해 노후를 저축하는 셈이다.

▲ 일반법회와 함께한 청소년들. 본인 소개에도 수줍음이 많다.

빈 병 모아 장학금 지급
화천교당에서 연중 쉬지 않고 교도 전체가 하는 사업이 있다. 바로 '빈 병 모으기'이다.

조철은 교도(67·교도회장)는 "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10년 이상 해 오는 사업입니다. 그동안 읍사무소에서 추천한 학생이나 초등학교와 연계하여 교복 준비금 또는 장학금으로 지급했어요. 또 수학여행을 못 간 학생들을 지원하기도 했죠. 올해는 저희 교당에 다니는 대학입학 자녀와 청소년 2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습니다"며 사업을 소개했다.

빈 병 하나의 가격은 맥주병 50원, 소주병 30원이다. 그나마 주류센터에서 좋은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을 알고 10원씩 더 쳐 준 가격이다. 이렇게 1년을 모으면 장학금을 줄 일백만원이 모아진다. 그래서 교도들은 놀러 다녀오다가도 빈손으로 돌아오는 법이 없다. 또 어떤 행사에 참여 했을 지라도 양손엔 늘 빈 병을 담은 비닐이 들려있다. 싫증 낼 법도 하지만 이제는 으레껏 당연한 일이 되었다는 교도들.

임 교무는 "우리 교당에서 빈 병 사업하는 것을 알고 이제는 연락이 옵니다. '빈 병 많이 모았으니 실어가라'고. 그러면 회장님과 사모님이 김치를 담고 있다가도 장갑 벗어놓고 리어카를 끌고 가시기도 합니다. 또 회장님 친구 분은 교회 다니는 분인데도 빈 병이 있으면 주워 줍니다"고 에피소드를 말했다.

교도들 역시 "작은 일이지만 교도 전체가 합심하며 하는 사업이기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빈 병 모으기와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간접교화와 원불교 인식을 제대로 심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 내는 셈이다.

▲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매년 대각개교절에 은혜의 김치와 쌀을 나누고 있다.
강원도 교화 이만하면 합격점(?)
임 교무는 소박하지만 아기자기한 이벤트를 교도들과 함께한다. 교도 생일잔치나 어버이날 엔 가슴에 꽃을 달아주며 축하행사를 한다. 또 교화단회를 통해 작은 감동을 교도들에게 심어준다. "신경을 써야 교도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있어요." 임 교무의 이 한마디에 얼마나 오매불망 교화를 위하는 마음이 간절한지 알 수가 있다.

또 봄이나 가을에 떠나는 야외법회를 통해 교도들 간 단합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또 대각개교절 경축행사로 은혜의 쌀과 김치 나눔 봉사 역시 꾸준히 지역사회를 위해 해 오는 활동이다. 이외에도 교리퀴즈 법회를 2번이나 실시한다. 1달 전에 문제를 배부하고 단별로 진행된다. 임 교무는 "교리 실력이 일취월장 늘어나는 것 보다는 재미로 하는 것이죠. 그러나 열심히 해서 만점 받는 교도들도 나옵니다"며 다 맞추는 교도들을 보면 문제 뽑을 때의 고단함은 금세 사라진다고.

또한 교도 자녀를 중심으로 여름훈련에 꼭 참여하게 한다. 교구에서 실시하는 청소년 훈련에 훈련비 50%를 지원하며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다. 지금은 일반법회와 함께 보고 있지만 훈련만큼은 친구를 데려오며 빠지지 않는다는 청소년들이다.

사실 교당은 그리 크지 않지만 꾸준한 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원불교를 인식시켜 가고 있다. 교도들 역시 상 없이 지역에 많은 보탬을 주니 사람들은 법회에 직접 나오지 않지만 원불교에 주는 점수는 후하다.

화천교당은 청운회와 여성회 조직도 결성되어있다. 물론 활발한 활동보다는 친목 위주로 단회를 겸해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조 교도회장은 "원불교100년기념성업 동참 기도와 젊은 교도와 남자 교도 불리기에 치중 하겠다"는 계획을 말했다.
말 그대로 '소박한 무공해 인심'이 느껴지는 강원도 교화. 일요일마다 교무님이 깔아놓은 방석에 빈 자리가 없다. 그러니 이만하면 강원도 교화 합격점이 아닐까 싶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