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에 감사한 173.5km 국토도보순례

▲ 교도 교사들이 11~12일 열린 원불교교사회 여름훈련에서 행동강령을 제창하고 있다.

평범한 것은 싫다! 좀 더 튀고 싶다! 멋지고 아름답게!
그들은 항상 바른길 보다 '좀 더 재미있는 길이 없을까' 하고 새로운 것을 찾는다!

원경고(교장 박영훈) 학기말 수업의 일환으로 체험학습 시간이 주어 졌으니 학생들이 신바람 났다. 그들의 적성에 딱 이다! 그렇다고 노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체험학습의 일환으로 수업의 연장이다. 그 속에는 철저한 공동체 생활의 규율을 따르며 흥미로운 공부를 하고 있는 원경고 학생들과 교사들.

연일 폭염주위보가 내려진 가운데 땀으로 범벅이 된 20여명의 원경고 2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이 뜨겁게 달궈진 길 위를 묵묵히 걷고 있었다. 국토도보순례다.

▲ 교도 교사들이 11~12일 열린 원불교교사회 여름훈련에서 행동강령을 제창하고 있다.

6월22일 폭우가 쏟아지던 날씨에도 무릅쓰고 교정에서 발대식을 갖고 출발한 이들은 광주 국립5·18민주묘역까지 173.5km에 달하는 대장정의 길에 올랐다. 27일까지 진행된 국토도보순례는 영·호남의 울을 트고 화합을 위한 28명의 학생과 교사들의 작은 염원이 담겨있었다.

그들을 만난 곳은 전남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거리. 수백 미터에 이르는 울창한 가로수 길은 이국적인 정취를 풍기는 낭만의 거리이긴 하지만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온 그들에겐 낭만의 거리가 아니었다. 그저 그늘에서 쉬고만 싶은 곳이었다.

정도성 교감의 지휘를 받으며 걷고 있는 순례단은 제일 앞 선두에 김동수 미술교사가 얼룩무늬 모자와 빨간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리드하고 있었다. 그 뒤엔 부상자들과 비상물품을 실은 원경고등학교 승합차량이 따르고 있었다.

그들에게 잠시 휴식의 시간이 주어졌다. 신발을 벗고 앉아있는 그들은 하나같이 발바닥에 붕대를 감았거나 밴드가 붙어 있었다. 발바닥은 물집 잡힌 상처투성이들이었다. 그래도 차량에 의지하지 않고 긴 여정을 걸어온 그들이 대견스러웠다.

정 교감은 이번 국토순례에 대해 "교사들이 직접 답사하고 코스도 개척해서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처 진행된 것으로는 처음 이뤄진 행사였다"며 "'극기·협동·화합·은혜'를 주제로 한 극기체험을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끝까지 하려고 했던 것 같고,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임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현우 학생은 "옛날 어른들이 이 먼 길을 걸어 다녔다고 생각하니 힘들었겠다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며 "순창 넘어오는 언덕길이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힘들면 차를 타지 그랬냐"고 물음을 던지자 "지금까지 걸어왔던 것이 아까웠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민기 학생은 "그동안 부모님께 말썽만 부렸던 것에 대해 죄송스런 마음이 생겼다"며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학생들은 걸으면서 인내심을 기르고 있었다. 이를 통해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의 모든 것에 감사해 하는 마음이 생기고 있었다. 학교에서 추진한 체험학습의 취지가 나타났다. 젊음이 넘친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잠시 휴식에 금세 생생해졌다.

제일 뒤에서 뒤처진 학생들을 인솔했던 이미경 수학 선생님은 "학생들이 힘든 과정을 잘 넘기면서 끝까지 포기 하지 않고 걸으면서 선생님들의 지도에 잘 따라줬다"며 "이번 국토순례를 통해 학생들이 생각하는 사고도 많은 변화가 올거라"고 말했다.

내일이 마지막이라고 해서 그런지 몰라도 예정시간보다 빨리 도착했다. 그들은 오는 과정에서 만난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과 한껏 달아오른 그늘 없이 이어지는 아스팔트길은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또한 우리 국토의 숨겨진 아름다움과 역사의 소중한 숨결을 느끼고 걸었다.


남원에서 새벽4시에 일어난 이들은 5시에 출발해 쉬는 시간을 잊고 걸어 예정시간보다 2시간이나 빨리 담양교당에 도착하는 젊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에게 담양교당에서 마련해준 저녁 만찬은 하루의 피로를 확 풀어버리고도 남았다.

이어 대나무 건강랜드에서 여장을 푼 이들은 또다시 다음날 아침8시. 담양을 출발해 광주방향 29번국토를 걸었다. 그래도 마지막 날은 가벼운 몸으로 갈수 있었다. 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해 찾은 몇몇 부모들은 광주 국립5·18민주묘역까지 함께 걸었기에 즐거운 국토도보순례였다.

김태현 교무와 부상을 당한 학생들은 미리 도착해 급우들과 학부모들이 대장정을 펼쳤던 순례 길을 격려하기 위한 플래카드를 들고 환영했다. 묘역을 참배하고 난 그들은 부모님들과 뜨거운 포옹과 눈물로 맞이하면서 대장정의 국토도보순례를 마쳤다.

광주에 사는 김영제 학생의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도보순례에 동참했다. "3시간 남짓 걸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5박6일간 그 먼 길을 걸었다는 것이 대단해요. 이번 국토순례를 통해서 아이들이 더욱더 성숙하고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고 인내심이 길러졌을 거라는 걸 느껴봅니다."

▲ 국토순례를 마친 학생들이 완주를 축하하기 위해 마중나온 부모들과 함께 광주 국립5·18민주화묘역을 참배했다.

총진행을 맡은 김태연 교무는 "학생들이 끈기와 인내력이 생긴 것 같아 좋았습니다. 이번 행사의 구호처럼 '나를 이기고·서로 돕고·은혜를 느끼자!'는 시간을 갖자고 했는데 그런 충분한 시간이 되어 진 것 같아 기뻐요. 학생들이 평소 잘하지만 이번 국토도보순례를 통해 어려운 일이 생길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오늘을 계기로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이번 국토순례에서는 대학원대학교 1학년 김천호 예비교무와 원불교학과 1학년 진순철 예비교무가 도우미로 활동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었고, 인월교당과 담양교당에서는 식사제공을 남원교당에서는 숙식할 수 있도록해 주는 등 교무님들의 격려와 배려로 학생들이 큰 힘을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 3학년 학생들이 지리산 종주 등반 체험을 마쳤다.
이번 국토도보순례는 1일, 경남 합천군 봉산면 권빈리 마을회관~2일, 경남 거창군 남상면 춘전리 마을회관~3일, 전북 인월면 황토옹기찜질방~4일, 전북 남원시 원불교 남원교당~5일, 전남 담양읍 대나무건강랜드~6일, 광주 국립5·18민주화묘역까지 진행됐다.

이러한 체험학습은 학생들에게 체력과 인내력을 비롯한 책임감을 함양하고, 모두에게 은혜와 감사함을 느끼며, 작은 것에도 고마움을 발견하는 것을 배우게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완주를 통한 자신감을 기르고,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형성해 서로 배려하고 봉사하는 생활을 실천하게 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원경고 국토도보순례단은 지난 2007년부터 국토대장정을 벌이고 있다. 올해로 3번째를 맞는 국토도보순례는 자신을 바루고 생각을 키우는 체험, 학창시절 꼭 한번 도전해 볼만한 프로그램임은 틀림없었다.

▲ 1학년 학생들이 완도 청소년훈련원에서 해양체험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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