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서 습생(濕生)은 습기로 생기는 것으로 욕계로 쳐지는 삿된 마음을 말한다. 다시 말해 식욕·색욕·재욕에 가리어 뒤에 당할 고통을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좋은 것만 보면 차지하려는 중생심을 말한다.

화생(化生)은 화하여 생기는 것으로 기회 따라 환경 따라 변하는 성품 즉 기회주의자로 나한테 유리하게 생겼으면 자라 모가지처럼 머리를 내빼고 자랑하고 불리한 상황에서는 자라 모가지처럼 쑥 들여 넣고 '나는 모른다'고 하는 중생심이다.

유색(有色)은 색이 있는 것으로 오욕은 떨어졌으나 형체가 있는 세계에 살고 있는 현실의 시시비비에 묶이는 마음이고, 무색(無色)은 색과 형체는 여의었으나 신령된데 치우친 마음으로 이상계의 기기묘묘에 도취된 마음이다.

유상(有想)은 상이 있는 것으로 고집과 미혹은 여의었으나 구하고 바라는 상이 있는 마음으로 분별식심을 일으켜 따지고 캐내려는 마음으로 누가 나보다 공부 잘하나 못하나 비교하는 중생심이 이에 속한다.

무상(無想)은 상이 없는 것으로 미혹한 사람이 앉아 좌선을 하되 한갓 망령된 마음만 없애고 자비심과 희사하는 지혜의 방편을 배우지 않고 오히려 나무토막이나 돌덩이처럼 아무 작용이 없이 일체를 돈망하려는 유식만 주장하는 마음이다.

비유상비무상(非有想非無想)은 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으로 색계, 욕계, 무색계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어 굵고 무거운 생각은 여의었으나 가늘고 작은 생각에 머물러 유무상심을 초월하여 고차원의 경지에서 배회하면서 복을 짓지 아니하고 도만 닦는 공부만 하는 중생심이다.

'여시멸도무량무수무변중생(如是滅度無量無數無邊衆生)호되 실무중생득멸도자(實無衆生得滅度者)니.'

이렇게 한량도 없고 수도 없고 갓도 없는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항상 고요하여 맑고 깨끗한 저 열반의 언덕에 건너게 하였으되 다만 망녕된 마음만 제하여 없게 함이라.

이는 중생이 각각 본래부터 맑고 깨끗한 스스로의 성품을 보아 깨달을 뿐이요, 무엇을 가르쳐 멸도시켰다하며 부처님과 중생이 둘이 아니거늘 무엇을 가르쳐 내가 중생을 제도하였다 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만덕산훈련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