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그 수많은 중생심을 다 털어버렸다 할지라도 내가 모든 중생심을 털어버렸다는 그 마음마저도 있어서는 안된다.

수심결에 '일예재안에 공화난추라. 한 티끌이 있으니 허공 꽃이 무수히 떨어진다는 것으로 번뇌심이 티끌만큼이라도 남아 있으면 즉 마음 가운데에 중생을 제도했다는 마음이 있으면 사상이 일어나고 구류중생심이 일어나고 팔만사천 마구니가 따라 일어나나니 그렇기 때문에 실로 중생을 멸도했다는 그 마음마저도 놓아야 된다'는 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도 구류중생을 다 열반에 들게 하였지만 중생 중에 열반을 얻은 자가 없다고 하신 이유가 금강경 3장에서 언급된다.

'하이고(何以故)오 수보리(須菩提)야 약보살(若菩薩)이 유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有我相人相衆生相壽者相)하면 즉비보살(卽非菩薩)이니라.' 어찌된 연고일꼬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가지고 있으면 보살이 아니니라.

아상은 우월감, 이기주의적 사상, 남보다 내가 낫다는 생각으로 잘한다는 상이 있어 우월감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인상은 경홀심으로 나는 계행을 지키는데 계행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무시하고 나는 신심이 있는데 신심이 없는 사람을 무시하고 나는 공심이 있는데 공심이 없는 사람을 무시하는 마음이다.

중생상은 열등감에 사로잡혀 가지가지 번뇌로 일어나는 미운 생각, 싫은 생각, 갈팡질팡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먹으려 하면서도 안 먹는다고 하고 다른 사람이 다 먹으면 인정이 없다고 불평하고 같이 가고 싶으면서도 안 갈 것처럼 해놓고 자기만 혼자 두고 가면 인정머리 없다고 불평하는 마음이다.

수자상은 내가 연배로나 지식으로나 우위에 있다고 다 무시하는 우월감이다.

이렇게 아집심, 경홀심, 열등감 , 우월감에 사로잡히는 결과가 되고 사로잡히고 보면 일체중생심이 또 다시 자리 잡히기 때문에 이러한 사람은 보살이라고 이름할 수 없어 중생 중에서 열반을 얻은 이가 없다고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상을 여의는 공부가 가장 어려운 공부이기도 하며 대승수행의 으뜸이 되는 공부라 하신 것이다.
<만덕산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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