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는 품질과 가격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농업의 흐름 읽을 수 있는 안목 길러야
소비자 위주로 나아가야 승산 있어

마산시 진북면에 위치한 신흥농장. 303㎡ 농장엔 얼마전 모종작업을 끝낸 파프리카의 푸른 잎들이 제법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곳에서 어린 모종을 살피고 있는 경남교구 진동교당 최승원(60)교도. 그의 파프리카에 대한 정성은 어느 누구 못지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파프리카는 7월말에 파종을 해서 11월부터 수확합니다. 이곳에서 생산될 빨강, 주황, 노랑, 남색의 파프리카는 색깔도 선명합니다. 다른 농가와는 맛에서 차이가 나지요."

그는 이어 일반인들이 혼동하고 있는 파프리카와 피망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언뜻 보기에는 같아 보여도 크기와 껍질의 두께, 색깔 등이 다르다는 것이다.

"착색단고추라 불리는 파프리카는 부식용인 피망보다 사용 범위가 넓습니다. 샐러드와 쥬스나 녹즙 등으로 많이 애용되고 있어 웰빙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그가 파프리카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타인을 배려한 것은 그의 이력에서 잘 나타난다. 처음 토마토 농사를 시작으로 역돔 양식, 장미농장에 이어 다시 파프리카 농사에 정착하기까지 기나긴 여정이 있었다. 이 같은 경험은 파프리카 농사에 그대로 적용됐다. 파프리카 농사를 지은 것은 햇수로 11년. 그런 만큼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제가 생산하는 파프리카는 독창적인 브랜드를 심어 가고 있습니다. 많은 생산량보다 맛과 빛깔에 승부를 두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는 이를 위해 다른 농가에서도 국제적인 감각을 키워 농업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농산물은 수량을 늘리기 보다 품질과 가격으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원가절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를 도외시 했을 때 수출시장과 내수시장을 다른 나라에 뺏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저변에는 유럽과 중국 농가를 견학하면서 느낀 점이 있어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파프리카는 신선도에 앞서고 있으나 언젠가 밀릴 수 있다고 보았다.

생산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이로인해 수출시장은 뉴질랜드가, 내수시장은 중국이 경쟁국가로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가격 경쟁력과 품질도 중요한 요인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눈을 넓게 뜨고 그림을 크게 그려야 합니다. 우리나라 시장도 우리가 지킨다는 보장이 없어요. 파프리카 고유의 맛을 유지시키고 소비자 위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는 또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모든 농산물이 품질과 가격에서 판가름 난다고 보았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브랜드를 갖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함을 주장해 왔다.

"경상대와 경북대에 1년 과정으로 개설되어 있는 최고 농업경영자 과정을 출강하면서 누누이 강조한 내용들입니다. 다시 말하면 농산물도 차별화가 되어야 합니다. 소비자들에게 인증을 받으면 브랜드를 갖게 됩니다. 이를 위해 생산자와 중간상인은 물론 소비자의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는 작년과 올해에 걸쳐 내수시장이 활성화 된 관계로 농가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파프리카가 돈이 되는 모습으로 비쳐질때 모든 농가가 어려움을 직면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이보다 타당성 조사와 소비자들과의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변에서는 제가 하다가 그만둔 사업은 사양사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저 사람이 파프리카 농사를 언제 그만두는가에 관심을 가진 농가들이 있어요."

그가 던진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의 시선은 파프리카 모종에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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