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지역갈등 넘어선 추모의 물결
영결식 23일 국회에서 엄수

▲ 23일 국회에서 진행된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영결식.
민주주의의 '인동초'로 살다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3일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엄숙한 분위기 가운데 국장으로 치러졌다.

화해·화합·용서를 몸으로 실천해왔던 김 전 대통령은 이념과 지역, 세대의 갈등을 넘어 대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것으로 그 삶을 마무리했다. ▷관련기사 3·16면

국장 기간 정치·경제계 인사와 각 종단 수장, 수십년을 정치적 동지이자 라이벌로 살아 온 김영삼 전 대통령, 고인과는 악연이 있던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도 빈소를 찾아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위해 헌신한 고인을 한 마음으로 추모했다.

또 현 정부들어 발길을 끊었던 북한 당국도 조문단을 보내는 한편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통해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만들었다.

군악대의 조악 연주로 시작된 이날 영결식은 국민의례와 고인에 대한 묵념, 장의위원회 집행위원장인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인 약력보고,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총리와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의 조사와 추도사, 천주교· 불교·기독교·원불교의 종교의식 순으로 이어졌다.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독재정권 아래에서 숨쉬기조차 힘들 때, 김대중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희망이었다"면서 김 전 대통령의 수평적 정권 교체와 외환위기 극복, 남북정상회담, 노벨평화상 수상 등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김대중이란 이름은 불멸할 것이니 이제 역사 속에서 쉬라"고 영면을 기원했다.

이어 진행된 종교의식에서 원불교는 성주와 추도사를 통해 천도를 발원했다.

경산종법사의 추도사를 대독한 김혜봉 대전충남교구장은 "탁월한 통찰력과 지도력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 국민의 잠재력을 결집시켜 외환위기를 극복해 세계를 놀라게 한 국가 지도자였다"고 축원했다.

이어 "태어나면 가고, 가면 오는 진리의 섭리에 의하여 떠나시게 되었으니, 그동안 국사에 지치신 심신을 잠시 쉬고 쉬어서 청정일념에 머무시기를 바란다"면서 고인의 완전한 해탈천도를 기원했다.

영결식은 유족과 이 대통령 내외 등의 헌화와 평소 미래의 꿈나무인 아이들을 아낀 고인의 뜻을 담은 성악가 김영미와 평화방송소년소녀합창단의 추모공연, 3군 조총대의 조총발사 순으로 진행됐다.

영결식을 마친 운구행렬은 김 전 대통령이 머물던 동교동 자택과 김대중도서관을 돌아본 후 폭염에도 불구하고 5만여 추모객이 가득 메운 서울시청 앞 광장과 고인이 민주화투쟁을 벌였던 서울역 광장을 지나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해 안장식을 가졌다.

이날 영결식에는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유족과 이명박 대통령 내외, 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 한승수 국무총리 등 정관계 주요인사, 올브라이트 전 미국무장관을 포함한 주한 외교사절 등 2만여 명이 참석했으며 원불교에서는 이성택 교정원장을 포함한 20여 명의 교무가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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