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교수의 음악산책 8

요즈음처럼 무더운 여름밤에는 저녁 무렵 강바람을 맞으며 유람선을 타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조금은 식힐 수 있을 것 같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의 이중창 '호프만의 뱃노래'를 함께 듣는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는 오펜 바흐가 작곡한 것이다. 그는 원래 독일 태생이나 오랫동안 파리에서 활동했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작곡하였던 '호프만의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는데, 후에 에른스트 기로가 완성하여 1881년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는 호프만의 소설을 바탕으로 바르비에와 카레가 대본을 써 완성시킨 3막으로 구성된 오페라이다.'호프만의 뱃노래'는 2막에 나오는데 너무 유명하여 독자적으로 많이 불리고 있다. 출렁이는 물결을 타고 곤돌라에 몸을 실어 아름다운 베니스의 저녁 정경에 젖어 보는 뱃노래, 서두르지 않으며 느긋하게 시정을 느낄 수 있는 매우 아름다운 가락의 2중창이다. 이 노래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절망속에서도 희망의 아름다움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또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1930년대 파시즘 치하를 배경으로 가족의 사랑과 따뜻한 인간애를 그린 '인생은 아름다워'는 이탈리아의 명배우이자 국민 배우였던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 각본, 주연 등 1인 3역을 맡아 아카데미 3개 부문을 석권한 명작이다. 시골에서 도시로 이사온 첫날 주인공 귀도는 운명의 여인 도라를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녀 곁을 맴돌던 어느날 그녀를 좇아 베네치아에 있는 극장에 가게 된다. 약혼자와 함께 오펜 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를 관람하고 있는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그는 더욱더 흠모하게 된다. 이 때 흘러 나오던 멜로디가 호프만의 뱃노래였다.

유태인이라 아우슈비츠로 끌려 갔던 귀도와 그의 아들 로슈아는 아내(도라)를 만날 수 없지만 방송실에 몰래 들어가 확성기를 통해 호프만의 뱃노래를 들려 주며 자신과 아들이 건재함을 알린다.

독일군이 패하고 전쟁은 끝나지만 주인공 귀도는 아내의 행방을 찾다 총에 맞아 사망하고 만다. 수용소 생활을 마치 게임하러 온 선수처럼 아이로 하여금 두려움을 갖지 않게 재치있게 대처함으로써 아들 료수아는 살아남게 된다. 극적으로 엄마도 만나게 되는데 좋은 아빠란 어떤 사람일까를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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