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건양 교도 / KSA 식스시그마 아카데미 / 책임전문위원, 진주교당
'과학? or 예술?' 과학은 반복성과 재현성을 기본적으로 요구하며, 예외가 있을 경우 법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반면 예술은 완벽한 복제품, 즉 똑 같은 두개의 예술품이 존재하는 경우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조직의 운영 쉽게 말해 경영은 과학에 가까울까? 예술에 가까울까?

근래 교단내에 전무출신 인사제도 개선이 진행 중인 것을 최근 몇몇 기사를 통해서 알게됐다. 기업에 10여년, 그 이후 경영혁신 컨설팅 분야에서 10여년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도로서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금번 전무출신 인사제도 개편의 핵심은 교무님들의 인사평가가 명료하고, 공정하며,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다. 이를 위해서 다면평가를 도입했으며 올해 그 제도의 실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평정을 실시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진급, 사업성적, 인사이동 등에 활용이 될 것이다.

사실 인사제도 개편(다면평가를 포함한)을 통하여 객관적이고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무님들의 인사와 능력향상에 도움을 주도록 한다는 취지에는 전혀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것은 몇가지 전제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이야기이기에 성급하게 실행하다가는 인사제도 개편의 실익보다 부작용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그 중 몇 가지만 살펴보면 첫째,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에 갈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둘째, 평가자의 객관성과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 평가 결과 자체의 신뢰성이 문제가 되며 셋째, 정량화한 평가항목이 개개인을 정확히 평가하는가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럼, 기업에서는 어떻게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가? 기업에서는 다면평가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평가자 훈련을 통한 평가결과 신뢰성 제고', '평가자의 익명성 보장'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결과가 단순히 개개인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그치지 않고 피평가자가 단점을 보완하는데 필요한 기술, 태도, 가치 등을 위주로 피드백을 하는데 중점을 두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중요한 시사점 한 가지가 있다. 항상 경쟁에 내몰리는 기업에서도 성공적으로 다면평가가 정착되는 경우는 개개인의 평가보다는 능력향상에 초점을 더 맞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인사제도 개편이 교무님들의 진급이나 사업성적 평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교무님들 개개인이 가진 자질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조명하고 능력향상의 기회를 제공하며, 교무님들이 적재적소에서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기초자료로써 활용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조직 운영에 있어 인사가 그 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과학? or 예술?' 만약 조직 운영(즉, 경영)이 과학에 가깝다면 다른 조직의 운영사례를 복사해서 그대로 갖다 붙여도 대부분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일류기업을 벤치마킹하여 모든 기업이 일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일류기업은 몇 되지 않는다. 조직 운영이 과학보다는 예술에 가깝다는 증거이다.

폐쇄적인 종교계에 이러한 시도 자체가 한편으로 놀랍고 그 중심에 원불교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우며, 분명 우리 교단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것도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갈등은 줄이고 실익은 더 키우기 위한 지혜가 좀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 된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