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8 : 불교를 자비의 종교, 기독교를 사랑의 종교라고 한다면 원불교는 무엇의 종교라고 할 수 있나요?

답 : 원불교는 은혜의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원불교에서는 4은(四恩)이라고 해서 천지(天地)의 은혜, 부모(父母)의 은혜, 동포(同胞)의 은혜, 법률(法律)의 은혜 등 4개의 은혜를 알아서, 은혜에 보답하는 지은보은(知恩報恩)을 신앙의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불교의 교조이신 석가여래께서는 인간으로서는 가장 상층부에 속하는 왕자의 몸으로 태어나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비는 위에서 밑으로 내리는 내리사랑의 의미이며, 어떻게 보면 톱다운 어프로치(top-down approach)적인 요소가 강합니다.

예수님은 동정녀 마리아로부터 나으심을 받은, 그 당시로서는 돌로써 쳐 죽임을 받을 수 있는 천민으로서 마구간에서 바닥 인생으로 태어나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기독교적인 사랑은 바톰업 어프로치(bottom-up approach)적인 요소가 강합니다.

그러나 우리 대종사님께서는 보통 사람의 자녀로 태어나심으로 자비도 아닌 그렇다고 사랑을 갈구하는 것도 아닌 수평적인 은혜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은혜에서는 은혜가 나오고 해독에서는 해독이 나옵니다. 그와 같이 은혜에서 은혜가 나오는 것을 은생어은(恩生於恩)이라고 하고 해독에서 해독이 나오는 것을 해생어해(害生於害)이라고 합니다.

반면 악한 사람에게는 독사가 이슬을 먹고도 독을 내는 것과 같이 은혜를 입고도 해가 나옵니다. 이것을 우리는 해생어은(害生於恩)이라고 합니다. 최근 30년을 부양해온 양부모를 살해한 패륜아의 경우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원불교의 교도에게는 다른 사람이 해코지를 해도 은혜가 됩니다. 이것을 우리는 은생어해(恩生於害)라고 합니다. 바꿔 말하면 보통사람에게는 은혜를 베풀면 은혜가, 해독을 끼치면 해가 나오지만 악한 사람은 은혜를 베풀거나 해독을 끼치거나 상관없이 해독이 나오고 우리 교도들에게는 누가 은혜를 베풀면 당연히 은혜가 나오지만 해독을 끼쳐도 은혜가 나오는 '모든 것이 은혜'인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해독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우리가 분발로 받아들이느냐 분통으로 받아 들이느냐에 따라서 그것은 은혜일 수도 있고 해독이 될 수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깃발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깃발이 흔들리는 것이냐 바람이 흔드는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 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하신 육조 혜능 선사의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원불교에서는 '모두가 은혜입니다'라고 말하는 데 그것은 기독교의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신 말씀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한양대·중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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