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향기,  떡살 문양의 미학

떡살은 절편 표면에 무늬를 찍는 것
문양에 깊은 사유와 철학 담겨

언제부터 우리 민족이 떡을 만들어 먹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추석이 되면 송편을 빚어 나누어 먹는 풍습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으며 떡은 우리민족의 훌륭한 먹거리로 좋은 일에나 궂은 일에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다.

이러한 관습이 오늘날까지도 계승되어 제사음식, 의례음식, 명절음식, 선물 등 여러 용도로 떡처럼 우리곁을 떠나지 못하는 음식도 없을 것이다.

세계 어디에 가도 우리떡처럼 아름답고 맛있는 먹거리가 또 있을까? 떡에 수놓아진 아름다운 문양을 보면 우리 조상들의 미의식과 지혜로움에 놀라게 된다.

떡에 문양을 찍기 위하여 사용하였던 떡살을 보면 자연스러운 선에서 기하학적인 선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며 문양의 균형과 그 조화미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 디자인 보다 세련되고 예술적인 가치가 높은 것이 많아 현대문양을 연구하는데도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떡살은 귀중한 우리의 생활용품으로 절편의 표면에 무늬를 찍어내는 판이며 떡에 문양(紋樣)을 부여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예로부터 절편에 떡살로 무늬를 찍는 것을 '살 박는다'고 했으며 떡살의 재료는 나무를 주로 쓰지만 사기나 자기로도 만들고 형태는 원형, 장방형 등으로 다양하다. 아름답고 멋스러운 떡살의 문양에는 자연의 오묘한 이치가 스며 있다. 떡에 문양을 넣는데도 깊은 사유와 철학이 있었던 것이다.

첫째는 먹는 음식에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미적 감각에 기인한다. 둘째는 요철의 성형으로 음식을 고일 때 미끄러지지 않고 보기 좋게 하기 위해서이다. 셋째는 먹기 좋은 분량으로 자르기 편리하도록 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이다. 또한 다수(多壽), 다복(多福), 다남(多男)을 기원하는 삼다(三多)와 정토(淨土) 벽사기복의 절실한 의미가 담겨 있다.

떡살의 무늬는 종류에 따라 그 의미와 기원하는 바가 다르다. 잔칫날이나 경사스러운 날에는 화사한 꽃문양이나 화조문 떡살을 사용하였으며 무병장수를 기릴 때는 기다란 줄무늬의 국수문이나 귀갑문 떡살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사돈집이나 가까운 친지에게 보내는 떡에는 문자무늬인 수복강녕, 사군자문, 물고기문, 길상문을 사용했다.

단오날에는 수레차문, 물고기문을 사용하였으며 무당들은 벽사의 의미로 귀신이 싫어한다는 엄나무나 복숭아나무에 부적문을 새겨 사용했다.

혼례식에는 다산(多産)과 복을 기원하는 석류문이나 포도문, 부부의 금술과 기쁨 장수의 의미를 가진 나비문, 다남(多男)의 박쥐문 등을 많이 사용했으며 백일에는 파초, 파도, 잉어문 등을 새겨 썼다. 회갑 때는 수복 문자문이나 백일홍문, 국화문, 십장생문 등을 주로 사용하였다.

제사 때는 윤회를 의미하는 수레차문, 만자문, 연꽃문 등을 사용하였으며 조상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는 뜻으로 무늬를 새기지 않고 올리기도 하였다고 한다.

기념으로 선물하는 떡에는 무늬 외에도 선물하는 사람의 이름을 새겨 넣기도 했다. 산간지방에서는 산신제에 동물문과 태극문, 햇살문 등을 사용하였고 해안지방에서는 용왕제에 물고기, 새우, 가재, 번개문 등을 사용했다. 봉황문은 일반에게는 잘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진상품에는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늬는 또한 지방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였다. 호남지방은 곡물이 풍부하여 떡문화가 발달하여 훌륭한 떡살이 많고 해안지방에서 용왕제를 지낼 때는 물고기문이나 새우문을 많이 사용하였으며 영남지방은 기하무늬나 꽃무늬 등 일반적인 무늬를 전통 그대로 사용했다.
충청도 지방은 영호남과 경기지방의 무늬가 변형된 형태로 나타났으며 꽃무늬와 선무늬가 주류를 이룬다.

강원도 산간지방은 빗살무늬와 같은 단조로운 문양을 사용했으며 해안지방은 물고기문 물결문과 같이 바다나 물과 관련이 있는 문양을 사용하였다.

물고기 무늬는 특히 도자기나 식생활용 공예품에 많이 쓰이는 무늬로 인내와 풍족함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떡살은 단순한 도구에서 시작하지만 문양을 새기면서 예술성과 민족성을 느끼게 해줄 뿐만아니라 창작적이며 조형미가 있어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조상들의 풍요로운 미감과 장인들의 뛰어난 창의력을 느낄수 있고 우리들의 혼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양들은 한민족의 심성을 꿰뚫어 흘러온 것으로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동일한 심성으로 다가 온다. 비록 그 기능은 미미해졌지만 공예작품으로서의 관심과 생활도구로서의 사용이 늘고 있다.

떡살의 문양은 조형성이 뛰어나 응용미술이나 디자인에 채택이 되어 현대화된 문양으로 발전시켜서 이러한 관심들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지키고 계승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
▲ 손연숙 교수
원광디지털대학교
차문화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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