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계절이다.

파아란 하늘과 황금 들녘, 솔바람에 흥겨워 춤추는 코스모스와 들국화를 보노라면 마음속 저 깊은 곳으로부터 아련한 그리움이 저미어옴을 가눌 길 없다. 해질녁 서늘한 바람이 귓전을 스치고 어둠이 드리울 때 풀섶에서 벌레들의 합창이 시작될 때면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어린 시절 해맑은 동무들과의 추억이 떠올라 남몰래 눈시울을 적시게 된다. 이처럼 세월속의 그리움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9월에는 이은상 시·채동선 곡 '그리워' 를 조용히 읖조리노라면 그리움의 애절함이 조금은 누그러질 듯 싶다.

그리워 그리워 찾아와도 그리운
내 님은 아니 뵈네.
들국화 애처럽고, 갈꽃만 바람에
날리고.
마음은 어디고 부칠 곳 없어 먼 하
늘만 바라본다네.
눈물도 웃음도 흘러간 세월 부질
없이 헤아리지 말자.
그대 가슴엔 내가 내 가슴에 그대
있어 그것만 지니고 가자꾸나.
그리워 그리워 찾아와서 진종일
언덕길을 헤메다 가네.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노랫말과 A단조의 애절한 멜로디로 엮어진 가곡

'그리워'는 그리움 미학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애수에 젖은 멜로디이면서 거침없이 흐르는 '그리워'는 시공을 넘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것으로 생각한다.

원래 이 곡은 월북 시인 정지용의 '고향'이란 시에 붙여졌으나 시대적 상황 때문에 오랫동안 부를 수 없게 되자 박화목 시 '망향'과 이은상 시 '그리워'로 노랫말이 바뀌어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이 노래를 작곡한 채동선은 1901년 전남 보성 출생으로 현 경기고의 전신인 경기고보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 대학 영문과에 다니면서 음악에 심취하기 시작, 홍난파와도 교유하면서 바이올린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독일에 유학 바이올린과 작곡을 공부하고 귀국하여 모교인 경기고 교사와 이화여자전문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서정성이 깃든 20여편의 가곡을 작곡했다. 그가 작곡한 '망향' 과 '모란이 피기까지는' 역시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명가곡이다.

그는 민요 채보와 그에 바탕한 편곡 작업을 통해 일제 식민치하에서 억눌리어 뿌리채 흔들리던 한민족의 심혼을 멜로디로 복원하여 전승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깊어가는 가을 그리움을 노래한 우리 가곡을 소리내어 불러 보는 것도 세파에 거칠어진 심성을 순화하는 좋은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