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오 교무, 미국불교는 탈권위적, 재가 생활자 중심

"우리 교단이 인류 정신사, 영적 대전환의 흐름을 향도할 수 있는 글로벌 영적 리더십을 준비하고 있는가. 지금 교단을 움직여가는 가장 근간이 되는 패러다임은 이 흐름을 향도할 수 있겠는가?"

보스톤교당 김현오 교무가 9월25일 중앙총부 법은관에서 열린 미주총부 세미나 및 공청회에 원불교가 인류보편종교로서 도약 성장하기 위한 질문을 교단 구성원들에게 던진 내용이다.

하버드대학 종교학 박사과정에 있는 김 교무는 '미국 불교의 성립과 미래종교의 방향'을 주제로 미국에 있는 불교 흐름을 소개했다.

김 교무는 "한 단체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합하면 큰 꿈을 이루지만 대립과 긴장이 위험수준에 도달하면 그 조직이 힘들다"고 운을 뗀 뒤 미국의 성립과정과 가치, 종교 다원주의, 불교의 과학화, 종교의 미래 등을 새롭게 인식시켰다.

김 교무는 "미국은 18세기 영국적 전통과 권위를 극복하고 합리와 실증을 통한 차별화로 과학적 탐구의 관심이 지금의 대국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세기 하버드대학 철학과 랠프 에머슨 교수는 '신은 자연에 있다'라는 엄청난 발상의 전환을 주장해 신의 주소지를 변경, 초월적 존재를 내재적 존재로 바꿔 놓았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H.D 소로우 등은 냉철한 과학적 이성에 앞서 인간의 통찰력에 대한 긍정과 자연계가 영적 진리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의 초절주의 사상가들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1893년 '시카고세계종교의회'에서 불교를 소개했는데 스리랑카의 다르마파라 스님, 일본 임제종의 사쿠 스님, 독일의 폴 캐롤스 등이 60여개국 2천명의 대중들에게 설파한 것이 기원이 되었다고 했다.

주목할 점에 대해 김 교무는 "불교가 과학적 탐구의 시험을 견뎌낼 수 있는 유일한 종교로서 과학과 양립 가능한 미래종교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희망적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그 후 사쿠스님의 제자 스즈키의 포교활동과 철학자 화이트헤드, 조지 산티아나 등의 학술 교류로 새로운 문명으로서 불교를 받아들였다.

세계의 지성인 역사가 토인비는 이런 영적흐름의 변화를 보고 '20세기 최대사건은 서구에 불교가 전래된 것'이라고 단언하기에 이른다.

종교·문화적으로 기독교 제국인 미국이 왜 불교를 받아들였을까?

이에 대해 김 교무는 "유대 히브리 문명에서 기원한 유일신 종교의 한계를 인정하고, 교리의 경직성과 가부장적 유산을 거부하는 동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그룹들이 생겨나 기독교와 자본주의의 논리에서 탈피하려는 측면에서 수용하며 습화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의식의 물리학'에 선두주자인 리처드 도킨스, 핀커, 덴네츠 등의 학자들은 우리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을 뇌의 작용으로 이해한다.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육근대사를 하지만 하나의 일관성을 가지고 움직이려는 의지가 있다. 이것을 셀프, 나라고 한다"며 자아를 규정한 것이다.

의식의 기관인 뇌를 관찰함으로써 인간의 깨달음의 상태나 현상, 인지적 능력의 완성상태 등을 알수 있고 영성을 탐구하는 학문이 성장하면서 인간의 깨달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김 교무는 미국불교의 특징을 ▷명상 수행과 체험중시 ▷재가 생활자 중심 ▷민주적, 평등적 전통 ▷초종파적, 회통적 통합 지향 ▷교리와 의식의 단순화, 핵심화 ▷작은 수행 공동체 지향(제도화된 종교조직 거부, 영성에 대한 깊은 갈구) ▷생태, 생명문제에 관심 ▷영성의 지적, 과학적 접근의 추구로 꼽았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