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 이정용 출판사 샘물

질문 13 : 원불교 교당은 가르치는 집이라는 뜻인데 학교와 무엇이 다릅니까?

답 : 맞습니다. 가르치고 배운다는 면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차이는 가르치는 내용의 차이입니다. 학교에서는 물질의 이치를 밝히는 과학(科學)을 배우고 교당에서는 정신의 세계를 설명하는 도학(道學)을 가르칩니다.

원불교에서는 물론 과학과 도학의 병진을 주창합니다만 과학과 도학을 가르친다는 면에서 학교와 교당은 역할 분담이 다릅니다. 그래서 대종사께서는 개교의 동기를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고 하시며 학교와 교당의 역할을 분명히 하셨던 것입니다. 물질개벽은 학교에서 시키고 정신개벽은 교당에서 시키자는 의미입니다.

최근에 미국에서 원숭이 복제가 성공하였습니다. 이러한 추세라면 인간의 복제도 가능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도학과 병진 없는 과학의 발전이 가져올 인류에 대한 재난입니다. 이것을 100년 전에 예측하신 소태산대종사님이 그 해답을 제공하려는 것이 원불교의 창립 구호입니다.

그런데 대학에서도 철학과 같은 데서는 과학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도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학을 가르치는 접근의 방법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대학의 철학과에서 가르치는 도학은 접근 방법이 실증적으로 입증되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 역시 과학적 접근을 시도하려고 한다는 면에서 원불교 교당에서의 도학 공부와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또한 철학이 자력이나 인간의 힘으로 노력한다면 종교는 자력도 중요하지만 법신불이라고 하는 진리불의 타력적 신앙을 통해서 추구하는 면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부처님 가르침 가운데 무기설(無記說)이라는 독특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고 옆으로 미루어 놓았다는 의미로, 사치기(捨置記)라고도 합니다. 인간이 가지는 궁극적인 의문에 대해 부처님이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않은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14무기로 표현되는 14가지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계는 ①상주(常住)인가 ②무상(無常)인가 ③상주이며 또 무상인가 ④상주도 아니고 무상도 아닌가. ▷세계는 ⑤한계가 있는가 ⑥한계가 없는가 ⑦한계가 있거나 또는 한계가 없는가 ⑧한계가 있지도 않고 한계가 없는 것도 아닌가 ▷영혼은 신체와 ⑨같은가 ⑩다른가 ▷여래는 사후(死後)에 ⑪존재하는가 ⑫존재하지 않는가 ⑬ 존재하며 또 존재하지 않는가 ⑭존재하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닌가.'

이 14무기는 신앙의 힘으로 극복해야 하는 이 질문들에 대해 '전유경'은 "이치와 맞지 않고, 법(法)과 맞지 않으며, 범행(梵行)이 아니어서 지혜로 나아가지 않고, 깨달음으로 나아가지 않으며, 열반으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양대·중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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