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말씀하신 무위법과 비슷한 내용이 대종경 성리품 13장에 나와 있다.

대종사 봉래 정사에서 모든 제자에게 말씀하시기를 "옛날 어느 학인(學人)이 그 스승에게 도를 물었더니 스승이 말하되 '너에게 가르쳐 주어도 도에는 어긋나고 가르쳐 주지 아니하여도 도에는 어긋나나니, 그 어찌하여야 좋을꼬' 하였다 하니, 그대들은 그 뜻을 알겠는가." 좌중이 묵묵하여 답이 없거늘 때마침 겨울이라 흰 눈이 뜰에 가득한 것을 보시고 대종사 친히 도량(道場)의 눈을 치우시니 한 제자 급히 나가 눈가래를 잡으며 대종사께 방으로 들어가시기를 청하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내가 지금 눈을 치우는 것은 눈만 치우기 위함이 아니라 그대들에게 현묘한 자리를 가르침이노라."

법이라는 것은 추우면 춥고 더우면 덥다고 하는 것이 법이다. 불법이라는 것은 목마르면 물마시고 배고프면 밥 먹고 잠이 오면 자고 어디에도 착 되지 않고 깨끗한 마음이 법이다. 이 글을 보고 '그럼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불법인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그 장소와 시간과 상황과 경계에 따라 그것에 꼭 맞게 행동하는 것이 법이라는 것이다.

정산종사께서 쓰신 소태산대종사 비명병서에 보면 소태산대종사의 '처사는 뇌뇌낙낙하시나 세세곡절의 진정을 통해 주시며, 옛 법을 개조하시나 대의는 더욱 세우시고, 시대의 병을 바루시나 완고에는 그치지 않게 하시며, 만법을 하나에 총섭하시나 분별은 오히려 역력히 밝히시고, 하나를 만법에 시용하시나 본체는 항상 여여히 드러내사'라고 대종사의 심법을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여래의 심법은 중생이 보기에는 차별이 있으신 것 같으나 차별이 없으며 또한 그 때와 장소에 꼭 맞게 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삼학공부를 하는 이유이다. 정신수양을 잘하여 불같이 일어나는 마음을 고요히 하고 사리연구를 잘하여 밝은 지혜를 얻어 때와 장소에 맞게 작업취사를 함으로써 늘 법에 맞는 생활을 하는 것이 이 법을 깨달은 것이다.

금강경은 모든 번뇌를 깨뜨리는(能斷一切) 반야의 지혜가 갊아 있는 경전이니 독송에만 안주하고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체득하지 못한다면 천만년 금강경을 공부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만덕산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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